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수중에 돈이 하나도 남지 않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듯 했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마지막으로 바다 구경한답시고 강릉 경포대까지 왔는데, 돌아갈 때가 되어 컴퓨터 가방을 열어보니 있어야 할 현금 봉투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어머니 집에 두고 온 것입니다. 올 때 보니 고속도로 통행료만 수만 원이 되던데 지갑을 아무리 뒤져 봐도 남은 현금이 없었습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갑자기 네비게이션이 먹통이 되고 전화 배터리도 20% 밖에 남지 않아서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신용카드로 현금을 좀 인출해보려고 했지만 그것도 헛수고였습니다. 가지고 온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로는 아직 그 지역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 신용카드로 고속도로 통행료를 낼 수는 없을까?" 스타벅스에 가서 전화 배터리를 충전하며 이런 저런 궁리를 하는데, 갑자기 그런 비슷한 얘기를 들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로는 할 수 없고,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한국 신용카드로만 지불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후~ 이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이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기운이 빠지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는 아무런 기대도 없이 지갑을 다시 열었는데... 그때서야 지갑 한 구석에 있던 30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 여기 30불이 있었지!" 한국에 온 뒤 환전을 100불 단위로 하다 보니, 계속 30불을 보면서도 이 돈은 환전할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30불은 여행을 마칠 수 있는 충분한 돈이 못 된다고 생각한 것 입니다. 그런데 사실 30불은 집에 돌아온 후에도 5,000원이 남는 돈이었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생각이 많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순간, 지금 내게 있는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는지 모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이 있어야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여행을 마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처럼 휴게소도 자주 들르고, 소문난 맛집에서 맛있는 것도 사먹는 여행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있는 것을 가지고도,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여행을 마칠 수 있습니다. 휴게소에 한번쯤 들러 맛있는 떡볶이와 어묵을 사 먹고도 5,000원이 남는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온 다음 날, 양화진이란 곳엘 갔습니다. 아주 오래전, 이 땅에 복음을 전하다 죽어간 선교사님들의 무덤이 있는 곳입니다. 한 선교사님의 묘비에 적힌 것을 읽다가 눈물이 났습니다. "만약 내게 다른 이에게 줄 수 있는 천 개의 생명이 있다면 그 모두를 조선에 바칠 것입니다..." 불과 25세에, 당시 가장 척박했던 땅 조선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병사한 루비 캔드릭 선교사님의 고백입니다. 자기에게 있던 하나뿐인 목숨을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위해 내어주면서, 더 있었다면 그것마저 다 주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 선교사님의 셈법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요?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지금 있는 것을 가지고도 이 인생이라는 여정을 넉넉히 마칠 수 있는 것을 기억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삶을 오늘, 그분께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