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인공지능(AI) 확산과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가 동시에 이어지면서, 반도체 산업이 기존의 경기 순환형 슈퍼사이클을 넘어 보다 장기적인 성장 국면인 메가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24% 증가한 118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매출 규모가 1000조원을 상회하는 것은 반도체 산업 역사상 처음으로,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 수요 증가가 시장 성장을 견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3분기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전분기 대비 15% 증가한 318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과거 3분기 평균 성장률인 7%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AI 반도체와 메모리 중심의 수요 확대가 시장 전반의 성장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관련해 보고서는 사이클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은 2024~2025년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2026~2027년에는 서버용 D램과 eSSD, HBM으로 수요가 확장되며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공급 부족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AI 추론 워크로드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AI 응용 서비스 확산으로 서버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면서 HBM과 서버 D램, eSSD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모델의 학습 단계에서는 HBM이 핵심 역할을 하지만, AI 서비스가 상용화되고 추론 단계로 전환될수록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AI 메모리 수요는 HBM 중심에서 서버용 메모리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메모리 반도체 전반에서 구조적인 공급 부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반도체 산업 전반이 슈퍼사이클을 넘어 메가사이클로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이어졌다. 내년 HBM4 가격은 전작인 HBM3E 대비 최대 58%의 프리미엄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며, HBM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3% 증가한 6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금액 기준으로는 HBM4가 55%, HBM3E가 45%를 차지해 차세대 제품 중심으로 수요 이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AI 반도체 시장의 구조 변화도 주목되고 있다. 내년부터 AI 시장은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엔비디아와 AMD의 GPU 중심 생태계에서 벗어나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AI 전용 칩인 ASIC으로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GPU와 ASIC의 비중이 올해 7대3에서 2027년에는 5대5 수준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반도체 시장이 단기적인 호황 국면을 넘어 장기적인 성장 흐름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