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인권정보센터(이하 NKDB, 이사장 박종훈)가 5일 서울 글로벌센터에서 '재중 탈북자 강제송환에 대한 북·중 기관의 체계와 책임 문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에서는 탈북민 강제송환 문제를 국제법과 인권 규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종훈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탈북민 강제송환은 단순한 외교나 이주 관리 문제가 아니라 국제 인권 규범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NKDB가 지금까지 8천 건이 넘는 사례를 기록해 왔음을 강조했다. 그는 "책임을 분명히 밝히고 피해자의 권리와 존엄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축사를 전한 이선화 전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북한 인권 문제는 정치 상황에 따라 관심이 달라지는 사안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지속적인 국제적 책임"이라며 "강제송환 문제를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책임 주체를 밝히는 연구가 정책과 국제 대응의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동휘 조사분석원. ⓒ북한인권정보센터
NKDB 인권본부 신동휘 조사분석원은 '강제송환 단계별 가담 기관과 연계 체계'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그동안 국제사회는 중국에 '송환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해왔지만, 실제로 어떤 기관이 어떤 권한과 절차로 송환을 결정하고 집행하는지에 대한 분석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신 분석원은 강제송환 과정을 단계별로 구조화하여 설명했다. 첫 단계인 단속·체포·심문·구금·송환 여부 결정은 중국 공안기관, 특히 변방 관리 부문이 담당하며, 집행 단계인 호송·압송·구금시설 경비는 준군사 성격의 공안 변방 부대가 담당하는 식이다. 그는 "2018년 이후 국가이민관리국으로 조직이 통합·개편되면서 송환 결정과 집행이 단일 지휘 체계로 정비됐으며, 송환센터·송환소를 설치해 효율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한에 인계된 이후에는 보위부가 신병을 넘겨받아 조사·사상 검증을 수행하고, 이어 집결소와 안전부로 이어지는 처리 경로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며 "이는 북·중 기관이 단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적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책임 논의는 추상적인 '국가'가 아니라 각 단계에서 결정을 내리고 집행한 기관과 개인으로 구체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일부 피해자들은 공안 관계자가 북송 이후 가혹한 처벌 가능성을 언급하며 안타까움을 표하거나, 처벌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암시적으로 조언한 사례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강제송환 결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정복을 벗을 수 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들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또한 북송을 실제 집행한 변방대대 소속 군인들 역시 송환 이후 북한 내에서 벌어질 처우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진술도 다수 확인됐다.

▲이지안 조사분석원. ⓒ북한인권정보센터
'강제 송환에 대한 국제법상 형사 책임 검토'라는 주제로 발제한 이지안 조사분석원은 "중국의 강제송환은 국제형사법상 '인도에 반한 죄' 가운데 추방 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상당수 탈북민들이 난민 지위가 없더라도 중국 내에서 생활 기반을 형성한 사실 자체가 국제법상 합법적 존재로 인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의 송환 과정에서 개별 난민 심사나 절차적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집단적 추방이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점, 중국 당국이 북한 내 인권침해 구조를 인지하고도 송환을 강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 분석원은 "중국은 다른 국적 인신매매 피해자에게는 체류·정착 선택권을 제공하면서도 북한 국적자에게는 이를 배제했다"며, 이는 국적에 따른 차별적 처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정황을 종합하면 중국의 강제송환은 북한의 인도에 반한 범죄와 구조적으로 연결될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국제형사법상 추방 범죄의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19년 사이 강제송환을 경험한 피해자 및 관련자 100명의 증언과 NKDB 통합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돼 있었던 8,245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송환 출경 대상자에게 교부돼야 하는 '송환 결정서'를 실제로 수령한 피해자는 단 한 명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당국이 자국 규정조차 준수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그는 "중국과 북한이 국제형사재판소 로마규정 당사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즉각적인 법적 책임 추궁에는 한계가 있다"며 "기관별 역할 특정, 증거 축적, 제재 및 책임 논의 기반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NKDB 측은 "북·중 양자조약 및 중국 공안부 내부 문건을 검토했다"며 "향후 요녕성 및 길림성 일대 공안국장 등 강제송환 결정에 참여한 실무 책임자들을 특정하고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축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향후 국제적 형사책임 규명 절차가 개시될 경우 활용 가능한 증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기념촬영 중인 참석자들. ⓒ북한인권정보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