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의 안진진의 엄마와 이모는 일란성 쌍둥이로 외모가 똑같지만, 엇갈린 삶을 산다. 결혼을 잘한 것(?) 같은 이모의 삶은 진진의 눈에 완벽해 보였다. 반대로 안진진의 엄마는 온갖 고통을 겪으며 불행의 주인공처럼 보인다. 엄마는 삶의 아픔이 있지만 삶의 의지가 강했고 장애를 극복하며 힘차게 산다. 반면에 이모는 모두 갖춘 삶을 살지만, 허무주의에 빠져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거칠게 간추린 양귀자의 소설 <모순>의 줄거리다.

   양귀자는 이 작품으로 우리 시대가 품은 피상성과 그 피상성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진진은 이모의 죽음 앞에서 어머니와 이모 인생의 본질과 내면을 본다. 가장 잘 안다는 엄마와 이모의 삶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 현대인의 피상성이다. 양귀자는 평범한 어머니 삶을 따르는 진진이를 통해 피상성을 극복하는 지혜와 용기를 응원한다.

   피상성이 현대 교회를 활보한다. 신학도 목회도 점점 피상성이 짙어간다. 이 피상성의 파괴력을 일찍이 간파한 사람이 영성 신학자 리차드 포스터다. 그는 그의 저서 <영적 훈련과 성장> 서두에서 “피상성이 우리 시대의 저주다 (Superficiality is the curse of our age).”라고 일갈했다. 그는 묵직한 돌직구로 인스턴트 문화에 젖은 현대 기독교의 피상성을 지적한다.

   리차드 포스터가 이 책을 1978년에 출판했으니, 그는 이미 1970년대에 피상성의 위험을 간파했다는 말이다. 그의 통찰력이 경이롭다. 리차드 포스터가 이 책을 저술하던 1970년대 중반은 서구 사회에 포스트모더니즘이 확장되며 피상성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던 때다. 둔감한 사람에게는 포스트모더니즘도 피상성도 보이지 않을 때다. 그런데 리차드 포스터는 그 시절에 본질보다 겉모습을 좇는 피상 문화를 간파하고 그 파괴력을 경고했다.

   리차드 포스트가 말하는 피상성은 ‘즉각적이고 외형적인 만족에 집착하여 내면적 변화와 성장을 외면하는 영적 빈곤’이다. 리차드 포스트가 지적한 피상성이 현대 교회에 가득하다. 영원한 기쁨 대신 세속적이고 순간적인 재미로 대체한다면 피상성이 타락이다. 목회와 신학도 속도를 강조하고 예배와 기도도 신속히 해치운다. 리차드의 말대로 피상성이 우리 시대의 저주다.

   피상성에 젖은 우리들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본질에 대한 무지다. 천국을 모르니 천국을 말할 수 없고 천국의 기쁨을 모르니 피상적 기쁨에 머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조급함이다. 패스트 푸드 문화가 우리를 피상성에 머물게 한다. 현대 과학 문명은 인내를 멸시한다. 세 번째는 풍요다. 우리 풍요가 영적이고 거룩한 갈망을 메마르게 한다.

   프랜시스 챈 목사는 LA 북쪽 작은 도시에서 30명으로 교회를 개척해 수천 명이 모이는 대형 교회로 성장시켰다. 교회가 성장하면서 교회의 본질에서 멀어짐을 느끼고 교회를 사임했다. 그는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고 교회를 세우는 'We Are Church' 운동을 벌인다. 그에게도 약함이 있지만 피상성을 극복하기 위해 인생을 던진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리차드 포스트는 피상성을 극복하는 비결이 영적 훈련이라고 말한다. 그는 묵상, 기도, 금식 그리고 학습을 통해 피상성을 극복하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우리가 너무 빠르고, 똑똑해서 생겼다. 조금 느리고 조금 바보스럽더라도 기도하고, 묵상하고, 금식하고 독서하자! 치명적인 피상성을 벗어나는 지혜가 느림과 바보스러움에 있다는 생각을 품는다.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대표).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