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언론협회(EPA)가 단체명을 '크리스천 커뮤니케이터스 네트워크'로 변경하는 안을 놓고 9월 15일부터 10월 7일까지 온라인 찬반 투표에 들어갔다. '복음주의(Evangelical)'를 '기독교(Christian)'로 바꾸는 대목이 가장 큰 논쟁을 불러왔으며, 정체성 훼손 우려와 소통 개선 필요성이 엇갈렸다. 이사회는 신학은 여전히 복음주의로 남는다고 강조했고, 최종 결정은 회원 투표에 달려 있다.

75년 이상 기독교 출판인·편집자·작가·언론인들의 단체로 활동해 온 복음주의언론협회(Evangelical Press Association, EPA)가 단체명을 '크리스천 커뮤니케이터스 네트워크(Christian Communicators Network)'로 변경하는 이사회 제안을 놓고 회원 투표에 들어갔다.

크리스천 데일리 인터내셔널(Christian Daily International)이 2026년 9월 1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투표는 온라인 화상 회의를 거친 뒤 9월 15일 시작됐으며, 보안이 적용된 온라인 플랫폼에서 3주간, 즉 10월 7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투표는 단일 명칭안에 대한 찬반 투표로, 회원들은 안건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제안된 명칭은 기존 단체명의 모든 단어를 바꾸는 내용이지만, 가장 큰 논쟁을 불러온 부분은 '복음주의(Evangelical)'를 '기독교(Christian)'로 바꾸는 대목이었다. EPA가 공개한 회의 채팅 기록에는 변경을 지지하는 의견과 이사회의 선택에 반대하는 의견이 함께 담겼다.

회원들이 표결하는 이사회 결의안은 "복음주의언론협회 회원은 단체의 법적·공적 명칭을 크리스천 커뮤니케이터스 네트워크로 변경하기 위한 정관 개정을 승인한다"는 내용이다. 승인이 이뤄지면 이사회는 관련 문서, 등록, 브랜드, 웹사이트, 프로그램 등을 갱신할 권한을 갖게 된다. 투표권은 회원 매체 소속 임직원과 개인 회원에게 주어지며, 준회원·명예회원·후원회원·학생회원은 투표할 수 없다.

■ "우리의 신학은 여전히 복음주의"

크리스천 데일리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사회는 이번 권고안이 기도와 비전 캐스팅 수련회(Vision Casting Retreat), 언론 환경 변화에 대한 비교 연구, 회원 피드백을 포함한 1년간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는 이를 마케팅이 아닌 사명에 뿌리를 둔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사회는 단체의 신앙고백문(Statement of Faith), 윤리강령, 시상 프로그램, 윤리적 저널리즘에 대한 헌신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우리의 신학은 여전히 복음주의로 남는다"며 "다만 공적 정체성이 보다 분명하게 기독교적으로 표현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사회는 '복음주의'라는 단어가 신학적 의미를 가리는 정치적·문화적 의미를 점점 더 많이 띠게 된 반면, '기독교(Christian)'는 전 세계적으로 이해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또 'Press(언론)'는 인쇄 및 전통 매체를 연상시키지만 'Communicators(커뮤니케이터)'는 언론인뿐 아니라 팟캐스터, 디지털 편집자 등 다양한 전문가를 포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Network(네트워크)'는 법적 구조를 뜻하는 'Association(협회)'보다 회원들이 중시하는 관계와 멘토링을 더 잘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 질문은 허용됐으나 토론은 없어

이날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안건에 대한 질문은 허용됐지만 공개 토론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한 참석자는 로버트 회의규칙(Robert's Rules of Order)에 따르면 안건 상정 후 찬반 토론이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질문만 하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투표 전에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의견을 들을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세 번째 참석자는 회원 발언이 허용되지 않은 이유와 전체 회원이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반면 이 방식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참석자는 이처럼 큰 규모의 공개 토론은 회의를 4시간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며 온라인 설문조사를 제안했고, 다른 참석자는 이사회가 정관을 따랐다는 점을 지지했다. 이사회는 애초 가장 최근 열린 컨벤션에서 제안을 발표하려 했으나 심의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져 온라인 투표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복음주의'냐 '기독교'냐

가장 지속적인 반대는 제안된 명칭의 첫 단어에 집중됐다. 한 참석자는 해당 용어를 삭제하면 '복음주의'가 정치적 꼬리표라는 인식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참석자는 이런 변화를 택한 단체들이 성경의 권위, 결혼, 성(性)에 관한 역사적 복음주의 신념을 공유하지 않는 집단을 수용하라는 압력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이사회를 "원점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참석자는 단체가 정체성 문제를 겪는 것인지 소통 문제를 겪는 것인지 물으며, 명칭을 넓히면 전미종교방송인협회(National Religious Broadcasters) 같은 단체와 영역이 겹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어떤 이는 이사회가 자신들의 신학에 정확하다고 여기는 용어를 왜 명칭에 남겨서는 안 되는지 물었고, 또 다른 이는 '기독교'라는 표현 역시 '기독교 민족주의(Christian nationalism)' 같은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원 단체가 향후 성과 젠더에 대한 입장을 바꿀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는데, 이 사안은 교리 선언문에서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 변화를 지지하는 목소리

제안에 찬성하는 참석자들도 있었다. 한 참석자는 명칭 변경이 단체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며, 성공회 신자(Anglicans)처럼 '복음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신앙고백문에 동의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 교단 온라인 매거진 대표는 18~25세의 청년 기고자들이 이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며, 현재의 명칭이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잠재적 회원들을 오히려 멀어지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참석자는 복음주의적 가치가 신앙 실천 방식을 형성하지만 그 단어 자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했으며, 어떤 이는 회원들이 직접 선출한 이사회를 신뢰할 것을 권하며 사용 가능한 명칭과 웹 주소의 제한도 고려 요소라고 언급했다.

■ 최종 결정은 회원 몫

크리스천 데일리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복음주의'라는 단어 외에도 제안된 명칭의 다른 단어들과 명칭 전체에 대한 의견을 냈다. 약 1시간 30분간 진행된 회의에서 이사회는 질문에 하나씩 답했다. 이사회는 참석자들의 솔직한 의견과 질문에 감사를 표하며 이러한 반응이 단체의 미래에 대한 강한 관심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최종 결정은 회원들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PA는 이사회의 서면 근거 자료와 회의 발표 자료, 채팅 기록을 웹사이트에 게시했으며, 회의 전체 녹화본은 비밀번호로 보호된 링크를 통해 회원들에게 제공된다. 앞서 크리스천 데일리 인터내셔널은 지난 8월, 이사회가 8월 2일 게시한 발표에서 새 명칭을 만장일치로 권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CDI는 복음주의언론협회의 회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