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소재 크로스로드(Crossroads)교회가 지역사회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변화를 꿈꾸는 캠페인의 하나인 ‘게임체인지’를 통해 4천8백만불을 모금했다. 그 기금모금의 중심엔 한인 2세인 크리스틴 씨가 있었다. 크리스틴 씨는 토마스제퍼슨 하이스쿨을 졸업, 웰리스리 칼리지와 런던스쿨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후, 세계 최고의 행정 대학원으로 알려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학(Public Policy)을 수료한 재원이다. 그런 그녀가 ‘가난’과 ‘정의’를 위해 싸우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배경을 들어보았다.<편집자주>

―지금까지 주로 어떤 일들을 해왔나

가난 속에서 성장했던 아버지가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을 돕기 위해 월드뱅크와 미국국제개발처(USAID)에서 개발 경제 전문가(development economist)로 일하시는 것을 보면서 특별히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Alternative House(비엔나 소재)에서 자원봉사를 했고, 대학때는 하버드 스퀘어에 있는 홈리스쉘터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DC 시장 사무실 아시안 부서에서는 LA 폭동 이후 한인 업주들과 아프리칸 어메리칸 커뮤니티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웰리스리 대학 시절에 Bart Campolo가 와서 강연한 적이 있다. 그는 월스트릿에 있는 직업처럼 모두가 원하는 직업이 얼마나 많은지 말하면서, 반면에 하나님이 채우시길 원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 직업 또한 얼마나 많은지 이야기했다. 그것이 나의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웰리스리 대학을 졸업한 후, Congressional Hunger Center(CHC)를 섬겼다. CHC는 토니 홀(Tony Hall), 프랭크 울프(Frank Wolf), 빌 에머슨(Bill Emerson)등 세 의원이 창립한 비영리단체로 가난과 기아와 싸울 장래 지도자를 키우고 있다. 토니 홀 의원과는 북한 기근 이슈와 관련해서도 함께 일했다. 연봉이 8,000불 밖에 안됐지만 부모님이 적극 지지해주셨으며, 이 일을 하면서 남편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사역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후 매니지먼트 컨설턴트로 5년 동안 일했다.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열정은 넘치나 경영능력은 부족하다고 종종 생각해왔는데 이 기간 동안 비영리분야에서 필요한 비지니스 기술들을 익힐 수 있었다. 컨설팅 일은 의과대학에 있는 남편과 나를 재정적으로 지원해주었고, 지적으로는 매력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만족하지 못했다.

첫째 아기로 인해 출산휴가 중에 있을 때 크로스로드교회가 가난과 정의에 대한 이니셔티브(Initiatives: 성과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적, 전략적 실천프로그램)를 개발하는 스태프로 와 줄 것을 요청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말하고 9개월 동안 기도한 후, 그 교회에서 일하기 위해서 소득이 좋은 회사를 떠났다.

지난 5년 동안 크로스로드교회에서 일했다. 이 교회는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있으며 1만2천명의 성도들이 출석하고 있다. 이니셔티브에는 신시내티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재활센터를 만드는 일, 남아프리카의 한 지역에 메디컬 케어를 제공하는 일, 인도에서 성매매를 당한 소녀들을 돌보는 일 등이 포함됐다. 게다가 나는 아이티(Haiti) 지역 아동 노예들을 위한 ‘Restavek(무보수로 가사노동을 하는 아동 노예를 일컫는 말) Freedom Foundation’의 이사로도 활동했다.

국제정의선교회(International Justice Mission) 대표인 게리 하우겐이 쓴 책 ‘Just Courage’에 깊이 공감한다. 책에서 그는 “하나님은 세상에서 상처받는 사람들, 아픈 사람들, 억압받는 사람들을 항상 돌아보신다. 그들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다.”라고 말했다. 당신이 일단 가난과 정의에 대한 이슈들을 알게된다면 그것들을 무시할 수 없다. 통계에 의하면 매 5초마다 기아로 아이들이 죽고 있다. 또한, 전세계에 2천7백만명이 노예생활을 하고 있다. 이 수치는 역사상 가장 큰 수치이며 그들의 임금 또한 가장 값싸다. 마태복음 5장에 예수님은 우리가 세상의 빛이라고 하시면서, 그 빛을 비추어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고 하셨다.

최근 크로스로드교회에서 신시내티에 사는 가난한 사람과 HIV나 AIDS 감염자들, 성매매를 당한 소녀들을 위한 시설을 짓기 위해 4천8백만불을 모금했다. 그에게 순종하길 갈망하고, 그가 보여주시는 것들에 귀기울이고, 부름받은 일들을 하려는 한 커뮤니티(크로스로드교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하실 수 있는 일은 놀라웠다.

▲아버지 이윤주 박사(왼쪽)와 함께


―자라면서 한인이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어렸을 때는 내가 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엄격했고, 이웃친구들과 많이 노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공부를 해야했고,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배워야했다. 초등학교에는 한인계 미국인 친구들이 적었고, 내가 참여했던 수영팀이나 축구팀에도 적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밋로프(meatloaf)를 만들어 달라며 내가 다른 미국인 아이들처럼 되기를 바랬다. 어머니는 헌신적으로 수년동안 나와 내 남동생을 위해서는 미국음식을 만들고, 아버지와 할머니를 위해서는 국이나 찌게를 만드셨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내가 얼마나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

가족들의 친구들(부모님의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들)과 와싱톤중앙장로교회를 통해 난 내가 한인 커뮤니티와 잘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자랐다. 고등학교에도 주류에서 활동했던 한국계 미국인 친구들이 많았다.

―정체성의 혼란을 어떻게 극복했나

모든 사람이 정체성의 문제를 갖고 있다. 나는 대학교때 정체성에 대해 좀 더 고민했던 것 같다. 보스턴에서도 한인교회를 다녔는데, 기독교인 친구들 대부분은 한국계 미국인이었고, 비기독교인 친구들 대부분은 미국인이었다. 궁극적으로 ‘내 자신은 하나님께서 그분의 형상으로 창조한 하나님의 자녀’라는 인식으로 정체성의 문제를 해결했다. 내게는 ‘한국인이냐 미국인이냐’ 보다는 ‘그리스도를 따라가는 존재이냐’가 더 중요했다.

―1.5세 2세에 대한 미주한인교회의 영향력이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미주한인교회의 독특한 역할은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한인교회에 다니고 있지 않아서 내 자신과 아이들이 한국인들 또는 한국계 미국인들과의 ‘친교(Fellowship)’가 정말 그립다. 한인교회는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다. 남편과 나는 커뮤니티내에 세워진 성경적이고, 복음주의적인 지역교회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집에서 1마일내에 있는 ‘Falls Church’에 출석하고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훌륭한 가르침을 받고 은혜로운 예배를 드리고 있다. 딸은 교회 내 프리스쿨을 다니고, 아들은 이 지역 공립학교의 많은 친구들과 함께 주일학교에 다닌다. 보다 다양해지길 바라지만 그래도 한국인이나 한국계 미국인 친구들이 조금 있다.

▲크리스틴 씨의 가족


―신앙 간증이 있다면

부모님께서는 내가 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 다니게 하면서 신앙적 토대를 만들어주셨다. 자라면서 어머니는 우리를 위해서 기도하셨다. 그러나 나는 고등학교때 기독교에 대해 많은 의문이 생겼다. “당신은 예수를 누구라 하는가. 정신병자거나 거짓말쟁이거나 아니면 진짜 주(Lord)거나"를 언급한 Josh McDowell이 지은 ‘목수 그 이상이신 분(More than a Carpenter)’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예수님이 주님(Lord)이심에 틀림없다고 믿었다. 대학에 가기 전에 사촌이 요한계시록 3장 16절(네가 이같이 미지근하여 더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내치리라)에 나오는 ‘미지근한’ 사람이 되지 말라고 도전했다. 궁극적으로 대학교때 신실해져 하버드대 대학원 크리스천 펠로우쉽에서 즐겁게 신앙생활을 했으며, 내 인생을 바꾼 첫번째 단기선교를 떠나게 됐다.

―앞으로의 비전은

의사인 남편은 워싱턴 DC 내 의료서비스가 취약한 지역에서 일하고 있으며, 남아프리카에도 보건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복음을 접할 수 없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노예로 학대당하는 아이들, 희망도 없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것을 보고 싶다. 또한, 자녀들을 세상이 힘과 돈으로 정의하는 ‘성공’이 아니라 ‘섬기는 리더’로서 주님을 사랑하고 세상과 정의에 열정적인 이들로 키우길 원한다.

―1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녀들과 잘 지내면서 그들을 사랑해 주셨으면 한다. 많은 1세들이 자녀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미국에 왔다. 그래서 그들은 열심히 일해야 했다. 그러나 물질적인 성공과 공급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결코 대체할 수는 없다.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그들의 마음, 희망과 꿈(그들을 향한 당신의 꿈과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그리고 친구들을 알아갔으면 좋겠다.

―2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장자를 사랑하고 존경하라. 삶도 다르고 기대하는 것도 다르지만 그들은 우리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열심히 일했다. 월드비전 회장 리차드 스턴스가 지은 ‘구멍난 복음(The Hole in Our Gospel)’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는 어메리컨 드림보다 더 귀한 것 때문에 부름받았음을 기억하라. 우리는 예수님과 예수님이 관심갖고 있는 것들에 대해 열정적이도록 부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