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일(현지시각)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대미사를 집전하는 것으로 지난 15일부터 시작돼 엄청난 관심 속에 진행된 6일간의 방미 일정을 모두 마쳤다.

방미 기간 미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를 이례적으로 매일 거론하며 사과의 뜻을 밝힌 교황은, 이날 5만7천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전한 설교에서 미국 가톨릭의 영적 쇄신을 촉구했다.

교황은 “오늘날 개인의 권리가 최상의 가치로 여겨지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교회의 권위와 이에 대한 순종은 찾기 힘든 것이 됐다”고 개탄하고, 이어 “교회의 권위에 대한 순종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기독교 신앙의 근간이며, 이 권위는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사도들에게로 그리고 교회로 전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메시지를 전하기 전에 낙태, 동성애, 성범죄 등을 교회의 권위에 순종하지 않음으로 일어나는 대표적인 죄악들로 언급했으며,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사제 성추행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모든 가톨릭인이 신앙과 삶의 분리를 극복하고 교회와 교인의 세속화와 모든 왜곡된 자유와 행복에 대해 저항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이날 미사가 “후세대의 희망찬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자유의 축복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굳은 결심으로 나아가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했다.

교황은 앞서 17일 집전한 워싱턴 내셔널 파크 스타디움 미사에서도 사제 성추행과 관련해 비통한 심정을 밝히고, 가톨릭이 “이 비극적 상황에 정직하고 올바르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가톨릭인들이 치유와 화해를 이루고, 상처 받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라”고 당부했으며, 또 직접 피해를 겪은 어린이들과 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치유를 위해 기도하기도 했다.

‘그리스도 우리의 희망’이라는 주제로 이뤄진 교황의 이번 미국 방문은 교구 설정 2백주년을 맞는 미국 가톨릭교회가 과거의 내부 분열과 과오들을 씻고 변화와 성장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가톨릭인들의 뜨거운 환영 속에 즉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교황은 지난 일정 가운데 조지 W. 부시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세계 평화를 위한 노력을 촉구했으며, 뉴욕 맨해튼 유엔 본부를 방문해 연설을 전하고 “인권 존중이 세계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일정인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 대미사 직전에는 9·11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해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 구조요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한편 교황은 이번 기간 자신의 나치 활동 전력에 대해 처음으로 밝히기도 했다. 14세 때 ‘히틀러 유겐트’에 강제로 가입해 활동한 경력이 있는 그는 앞서 19일 신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의 10대 시절은 자신들이 모든 답을 갖고 있다고 믿는 사악한 정권에 의해 훼손당했다”고 고백했다. 교황은 2만여 명의 신학생들에게 “민주주의의 성장과 인권 존중 의식의 확산으로 여러분은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됐다”며 “이러한 자유를 만끽하는 동시에 신앙심을 간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