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버지니아텍에 울렸던 총성의 충격이 아직 가시기 전이다. 그러나 벌써 우리는 32명의 고귀한 희생이 말하는 교훈을 잊지는 않았는가? 전세계를 경악케 한 이 사건의 상흔은 버지니아텍 구성원들은 물론 미국 사회에 아직도 깊게 패어 있다. 그러나 우리 미주 한인들에겐 어떤가?

이 사건은 우리의 모국인 한국에 복음을 전해 주었을 뿐 아니라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함께 피를 흘렸던 미국에서 이뤄진 일이다. 게다가 이 복음과 자유민주주의의 터 위에 세워진 한국교회가 미국에 도리어 총격을 가한 부끄러운 일이다.

한인교회는 한인사회의 중심이며 빛과 소금이라고 자부하지만 이민 1백주년을 갓 넘어 발생한 이 사건은 지난 1백년동안 우리가 교회당은 크게 짓고 성도 수는 늘었을지 몰라도 2세 교육과 차세대 양성에 있어서는 철저히 무관심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1년이 지난 오늘, 32명의 생명을 빼앗은 존재가 한인 조승희라면 그 조승희의 생명을 빼앗은 것은 바로 우리 한인들임을 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무관심과 무책임은 지금도 제2, 제3의 조승희를 곳곳에서 키워내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 한인들은 조 군이 한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한동안 죄책감을 느꼈지만, 사실 다민족, 다인종 사회인 미국에서 미국인들이 받은 충격은 ‘한인 조승희’가 저지른 끔찍한 학살이 아니라 ‘미국인 Seung-Hui Cho’가 저렇게 된 이유였다.

하나님이 만든 생명 공동체가 총소리 앞에 스러져 가는 이 문제에 대해 미국이 회개하고 기도할 때, 미국사회의 일원인 우리는 그 총소리를 낸 장본인이 한인이라는 것 외에 무엇을 더 참회하고 있었던가? 한인교회가 귀 기울이지 않은 한인 2세들의 눈물과 고통에 우리는 지난 1년간 얼마나 대답했는가? 한인교회는 미국사회의 일원으로서 미국의 아픔에 얼마나 동참하고 앞장서서 해결의지를 보여 왔는가?

아직도 늦지 않았다. 우리는 한인이자 미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1년 전 이날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2세 사역을 포함해 미국사회의 복음화와 통합에 기여해야 할 중대한 사명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