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트레아에서 종교적 이유로 감옥에 갇혀 있는 기독교인이 적어도 2천여 명 이상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오픈도어스, ICC 등 국제 인권단체들이 최근 밝혔다.

아프리카 북동부에 위치한 에리트레아는 인구 65%가 무슬림인 이슬람 국가다. 공식적으로 에리트레아정교회, 로마 가톨릭, 복음주의루터교회가 활동하고 있지만 세계에서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극심한 지역 중 하나다. 특히 1950년대 에리트레아에서 발생한 복음주의 교단인 신앙선교교회(Faith Missions Church)에 대한 박해가 가장 혹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에리트레아 당국은 지난 달 초 이 교단에 소속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35명의 교인들을 석방한 데 이어 지난 달 말 역시 이 교단의 교인 12명을 추가로 석방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으로,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에리트레아에는 아직 적어도 2천여 명의 교인들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경없는기자단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교인들은 일단 감옥에 갇히게 되면 외부와의 접촉이 철저히 단절된 채 생활하게 되며 낮과 밤을 불문하고 전깃불 아래서 감시를 받는다. 또 물과 음식, 약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이곳에 갇힌 교인들 대부분이 건강상 어려움을 호소하며, 독방에 갇히지 않는 일부는 다른 수감자들로부터 상습적인 구타와 성폭행을 겪고 있다.

감옥에서 행해지는 고문으로 죽는 교인들도 있다. 오픈도어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33세의 여성 닉스티 하일레(Haile, 33)는 신앙을 포기한다는 각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해 고문을 받고 숨졌다. 미국 국방부의 보고에 따르면 에리트레아 감옥에서 행해지는 고문의 형태는 주로 성폭행과 드럼통 아래 사람을 놓고 밀어 짓이기는 등의 잔인한 방식이다.

오픈도어스는 지난 2005년 적어도 3명 이상의 교인이 신앙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문을 받다 숨진 것이 보고됐으며 실제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 에리트레아 당국은 종교자유 박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이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사이아스 아프웨르키(Afwerki) 대통령은 최근 “에리트레아에서 국민들은 한 번도 종교 자유를 박탈당한 적이 없다. 왜곡되고 과장된 정보에 속지 말라”고 언론을 통해 주장했다.

ICC 아프리카 지역 디렉터 다라라 구보(Gubo)는 전 세계 교인들의 기도를 당부하며 “국제사회가 에리트레아 정부에 더 큰 압박을 넣을 수 있도록 자유 세계의 시민들이 움직여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