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제17대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이명박 장로를 지지했던 한국교회. 마침내 이명박 실용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지금, 한국교회는 무엇을 위해 기도하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한국교회언론회(대표 박봉상 목사)가 1일 ‘이명박 실용정부와 한국교계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세미나에는 이억주 목사(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가 사회를 맡고 제성호 교수(중앙대 법학)가 주제발표자로, 양혁승 교수(연세대 경영학), 김준호 교수(청주대 경영학), 최희범 목사(한기총 총무)가 패널로 나섰다.

최희범 총무는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을 강조, 한국교회가 이명박 정부에 대해 무조건적인 격려와 찬성이 아니라 성경적 길을 제시해야 함을 시사했다. 최희범 총무는 제성호 교수의 발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이같은 주장들을 더했다.

최 총무는 “국가가 권력의 유혹 앞에 굴복해 신에게서 난 본래적 권위를 변질시킬 때 교회는 하나님 앞에서 비판과 저항을 선포해야 한다”며 “교회는 종교와 종교지도자들의 부패는 물론 사회와 국가, 그리고 세속적인 지도자들의 부정과 부패애 대해 하나님의 공의와 심판을 선포할 사명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 총무는 또 교회의 갱신은 사회 개혁의 기초가 된다며 교회가 뼈를 깎는 자정을 할 것과, 정부와 교회가 글로벌 한국을 만드는 일에 상호 견제 및 보완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도 제시했다.

주제발표를 한 제성호 교수는 교회가 잘못된 역사관과 대북관을 바로잡는 데 앞장서 줄 것을 요청했다. 제 교수는 좌파정권 10년의 부작용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이 득세하게 된 것과, ‘어떤 통일이든 선’이라는 감상적 통일론을 지적하고 “한국교회가 올바른 역사관과 통일론을 확산해 나가야 한다”고 요청했다.

제성호 교수는 또 올바른 통치, 사회 통합, 양극화 해소, 건전한 청소년 기독문화의 창달, 남북한 교회의 교류 및 정부 당국간 중개, 법 질서 세우기 등에 교회가 제 역할을 감당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이같은 일에 한국교회가 힘쓰는 것이 사회뿐 아니라 교회의 선교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 교수는 이 과정에서 교회와 정치가 너무 유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 교수는 “정교 분리의 대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이것이 헌법의 요구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제 교수의 발제에 대해 논찬한 양혁승 교수는 특히 “교회가 교회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하나님 나라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양 교수는 “지난 대선 때 몇몇 교계 지도자들의 이명박 장로 지지 발언은, 종파적 이해관계로 인한 지지로 사회에 비쳐졌다”며 “그 발언이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교회가 조속히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이어 기독교계가 사회 문제를 바라볼 때 양면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불법파업이나 시위도 법질서를 어지럽히는 문제이지만,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역시 공정한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김준호 교수는 ‘MB노믹스의 전망과 과제’라는 주제로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해 고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