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기독일보) 시애틀 십자가교회 이진호 목사
(Photo : 기독일보) 시애틀 십자가교회 이진호 목사

어버이주일이 되면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사랑을 떠올리게 됩니다. 부모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마음들이 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하셨을까.." 어릴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모님의 침묵과 눈물과 기다림이 세월이 흐른 뒤에야 가슴으로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가시고기'라는 소설을 처음 읽은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는데요.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보살피던 아버지가 결국 성공한 전처에게 아이를 보내고 홀로 간암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다는 내용의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의 첫 문장을 잊지 못합니다.
"아빠는 멍텅구리입니다."

첫 문장을 읽고 마음이 움직여서 읽다가 한 페이지가 끝나기전에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는 책입니다. 먹지 못해도, 쉬지 못해도, 무너져도, 아들만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던 "아빠는 멍텅구리입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해지는 이유는 단순히 슬픈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계산하는 사랑이 많습니다. 조건이 맞아야 사랑하고, 기대한 만큼 돌아와야 마음을 줍니다. 그러나 부모의 사랑은 대개 그렇지 않습니다. 특별히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은 말보다 희생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는 모른 채 지나갑니다. 부모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얼마나 기도했는지, 얼마나 참고 견디며 마음 지새웠는지 잘 모릅니다. 부모는 자녀 앞에서 아픔을 숨기기 때문입니다. 괜찮은 척합니다. 든든한 척합니다. 그러나 뒤돌아서 조용히 눈물을 삼킵니다.

생각해보면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닮았습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 하나님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고, 독생자를 주셨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찾지도 않았고, 그 사랑의 깊이를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오래 참으시며 우리를 품으셨습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사랑은 희생이라는 것을, 사랑은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라는 것을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보여주셨습니다. 어쩌면 부모의 사랑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가까운 복음의 그림자인지도 모릅니다. 완전하지 않지만, 그 사랑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 배우게 됩니다.

이번 어버이주일에는 부모님을 향한 감사만이 아니라, 그 사랑 너머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까지 깊이 묵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누군가를 살리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묵묵히 헌신해 오신 모든 부모님들께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다시 살아나는 어버이주일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