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인권단체(Human Rights Without Frontiers, 이하 HRWF)가 유럽 내 정부의 종교 자유 제한 조치가 지난 20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이 단체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럽 사회가 점점 '관리형 세속주의'(managed secularism)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가가 종교 문제에 대해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운영되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종교적 표현이 허용되는 시기와 장소, 방식까지 점점 더 강하게 통제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HRWF는 "이러한 흐름이 특히 종교적 소수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프랑스의 공립학교 내 종교 상징물 착용 금지와 공공장소에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베일 착용 제한 조치가 그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주류 종교 단체들조차 공공 종교 활동 문제로 지방 당국과 충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생명의 양식 교회'(Bread of Life Community Church)는 콜체스터 시의회와 갈등을 빚었다. 시의회는 처음에는 거리 설교에서 확성기 사용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에는 설교 내용 자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HRWF는 "이러한 사례들은 세속 당국이 종교 활동이 어디서,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결정하려는 흐름"이라며 "기도 모임, 종교 행렬, 시위 같은 공개 종교 활동이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만 허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 행사는 공공질서를 위협해서가 아니라 '중립적 공공장소'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한되고 있다"며 "개별 조치는 중립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누적될 경우 정부가 종교 생활 전반에 훨씬 더 큰 통제력을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HRWF는 이러한 유럽 내 종교 규제 강화 배경으로 테러 위협, 이민 문제, 그리고 이슬람 영향력 확대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9·11 테러 이후 종교에 대한 경계심이 확대되면서 이른바 '신무신론'(New Atheism) 운동이 급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와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 같은 대표적 무신론 작가들은 당시 테러 사건을 종교적 신념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하며 강경한 세속주의 담론을 확산시켰다.

HRWF는 "현재 유럽의 세속주의는 '모든 사람의 양심의 자유를 동등하게 보호하는 체계'라기보다 '종교를 공공영역에서 밀어내는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며 "다수 종교는 종종 '문화' 혹은 '전통 유산'으로 간주돼 상대적으로 용인되는 반면, 소수 종교는 더욱 빈번하게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세속주의는 다양한 신념을 포용하는 공정한 틀이어야 하며, 공공생활에서 종교를 배제하는 이념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유럽이 진정 인권을 중시한다면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FoRB)를 선택 가능한 가치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FoRB는 공포에 기반한 정치로부터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핵심 안전장치이며, 정치권이 자주 언급하는 유럽적 가치의 중요한 일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