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질문 같은 인사말이 있습니다. “기분이 어떠세요?” 라는 말인데, 미국 사람들은 이런 인사를 들으면, 십중팔구는 “매우 좋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아침에 처음 만나도 인사말이 “좋은 아침입니다” 이렇게 인사를 받을 때, “아뇨, 저는 나쁜 아침입니다” 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아직 한 사람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즉, 실제로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에만 이렇게 인사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아침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의 표현인 것입니다.

늘 전쟁의 위험 속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은 간밤에 무슨 탈은 없었는지, 식사는 거르지 않고 먹었는지가 가장 보편적인 아침 인사였습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표현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유교적인 전통 때문에, 느낌이나 감사한 마음을 말로써 표현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부부 사이나, 부모 자식관계에서도, “사랑한다” 라는 말은 아직도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더 이런 표현에 소홀하기가 쉽습니다. “고마워요”, “사랑해요”, 잘 했어요“, ”너무 좋습니다“, 반대로 사과를 하거나, 실수를 인정하거나, 용서를 구하는 말이 가장 힘든 말 중의 하나입니다. ”미안합니다“, 제 잘못입니다”, “용서를 바랍니다” 상대방이 이런 표현을 할 때, 받아들이는 말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천만에요”, “제 잘못도 큽니다”, 용서하고 말고 할것이 있나요“ 등의 답변은 상대방과의 불편한 마음을 쉽게 풀어줄 것입니다.

저도 구식 70/80 세대라 그런지, 이런 표현을 잘 못합니다. 가까운 가족들에게는 더합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노력하는데, 아직도 몸에 맞지 않는 옷같이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이런 표현을 자주 해 주지 못한 자녀들이나 멀리 계신 부모님들과 전화 통화라도 하면 꼭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아내를 본받아서 저도 해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보니 하나님 아버지께도 이런 표현을 자주 못하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감사와 사랑의 말을 자주해야, 기도할 때도 하나님께 감사와 사랑의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추수감사주일을 맞아, 지난 일 년 동안 감사한 일들을 하나하나 새겨보면서, 먼저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시기 바랍니다. 부모님이 생존해 계신 분들은, 양가 부모님께 꼭 감사의 마음을 전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가족 식구들에게, 육신의 형제 자매들에게도 감사하시고, 믿음의 가족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표현 하시기 바랍니다.

/방주선교교회 박동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