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 좋은 은사와 온전한 선물이 다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께로서 내려오나니, 그는 변함도 없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시니라. (야고보서 1장 17절)

한인 교회는 설립 초기 자체 건물을 소유하기 전까지는 기존 미국 교회당을 빌려 사용해왔다. 아직도 많은 교회들이 이러한 협력사역을 통해 사역에 큰 유익을 얻고 있다. 그러나 교회의 경우도 세상과 마찬가지로 셋방살이 신세는 여러모로 불편하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주일 예배 후 온 교인이 함께하는 식탁 교제는 한국 교회에 큰 유익을 주어왔지만, 미국교회를 빌려 쓰는 경우에는 언제나 김치 냄새가 문제가 된다. 자유분방한 아이들이 깨끗하게 관리하는 예배당 벽에 발자국이라도 내는 날이면 주인집 눈치 살피는 셋방살이 부모들처럼 교회 지도부는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영문 모르는 청년들이 현수막을 달려고 교회 벽돌 벽에 못을 박아서 외관을 파손하는 바람에 결국 다른 장소를 찾아야 했다는 눈물겨운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런 사연은 자체 교회당을 세우자는 강한 동기를 부여해왔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형제와 함께 하는 것은 불편이 큰 만큼 유익도 적지 않다. 기존교회와 건물과 장소를 공유하는 것은 후발 교회에게는 쉽게 사역을 시작하도록 하는 큰 자산이다. 또한 다른 교회, 다른 교단, 다른 문화권의 교회를 출입하면서 한국식 기독교에 익숙해진 안목을 넓히게 되는 것은 셋방살이가 주는 부수적인 유익이다. 연합에는 상호 양보가 따르게 되므로 형제 된 미국교회와 연합하는 과정을 통해 두 교회가 모두 제자의 삶을 배우게 되는 중요한 배움의 기회가 되는 것은 더 큰 보석이다.

성도들의 건물 사용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는 것도 역설적이지만 좋은 점이다. 교회 사용에 시간과 활동의 제약을 받게 되면 허락된 시간을 최대한 잘 사용하기 위해서 교회의 본질적인 사역에 집중하게 된다. 잘 정비된 교회를 빌려 씀으로써 힘이 많이 드는 교회의 내부관리보다 외부로 향하는 전도와 성장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은 미주 한인교회 성장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교회 건물을 갖는 것도 축하할 만한 일이고, 동시에 셋방살이도 감사가 넘치는 큰 축복이 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는 식의 변명이 아니다. 각양 좋은 선물을 주신 이에게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