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선교단이 저희 교회에서 '훼드럴웨이사랑의교실'을 시작한지도 벌써 만 5년이 되었습니다. 사랑의 교실은 토요일마다 인근의 장애우들을 대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또 사회성도 개발시켜주는 특수 선교 프로그램으로, 당시 다른 교회에 먼저 제의를 했던 일인데 그곳 사정으로 저희 교회가 섬기게 되었습니다. 이 사역을 교인들에게 설명하면서 제가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지 맞은 기분입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세상은 장애인학교가 들어오면 집 값 떨어진다고 데모도 하지만, 저는 이 일이 수지를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외된 장애우들을 섬기는 일이, 곧 예수님을 섬기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유난히도 파랗던 어느 토요일 오후의 풍경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뒤뜰을 걷고 있던 제게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장애우들이 농구장에서 엑티비티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이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아니라 '지 맘대로' 게임이었습니다. 술래를 손으로 치고 도망을 가야 하는데, 술래를 안고 까르르 웃지를 않나, 술래가 빤히 보고 있는데도 성큼성큼 걸어 다니지를 않나... 정해진 룰도 지키지 않고 말도 서로 잘 통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이상하리만치 행복해 보였고, 그 중에서도 해맑은 얼굴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연신 외치고 있는 우리 교회 고등부 봉사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생각해보면 아직도 어리기만한 아이들입니다. 주말이면 친구들을 만나 영화도 보고, 운동도 하고, 수다도 떨고 싶은 청춘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세상의 작은 자들을 위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자신의 주말 하루를 내려 놓은 것입니다. 가장 아까운 시간들을 드려 작은 자들의 친구가 되기로 작정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무궁화 꽃이 피게 해주십시오! 활짝 피게해주십시오! 밀알처럼 떨어진 봉사자들의 푸르른 삶이 마침내 저 작은 자들의 삶 가운데 생명으로 피게 해주십시오! 저들의 푸른 날들이 살아계신 하나님의 장중에 붙잡혀 정말 아름다운 꽃으로 피게 해주십시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은 인생을 찰라적인 것에 비유했습니다. "인생은 이슬 같다, 노을 같다, 그 찰라적인 인생이 끝나면 모두 하늘로 돌아갈 것이다..." 천 시인은, 인생을 아름다운 소풍 같은 것으로 비유하면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이 아름다운 소풍 끝내는 날, 하늘로 돌아가 참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말하자면 우리 인생은 소풍과 같습니다. 곧 돌아가는 인생입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 마치고 주님 앞에 섰을 때, 과연 나는 '이 소풍이 참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인생인가...라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예수님을 따라 나선 이 길이 수지 맞은 길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는 오늘 내 인생 길에 무궁화 꽃이 활짝 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