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 중에 '헬로 마이 프렌'이란 별명을 가진 목사가 있습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늘 '헬로 마이 프렌'이라고 인사를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중고등부와 청년 사역을 오래한 탓에 자기가 아직 젊다는 오해를 가지고 있고, 늘 젊은 사람들과 생활한 탓에 다른 목사들에 비해 조금은 철이 없어 보일 때도 있지만 전 이 친구를 참 좋아합니다. 때론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늘 자신이 섬기는 성도들의 친구가 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흔이 다 되었을 때, 이 친구가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보는 사람마다 한 마디 씩 다 거들었지요. "무슨 목사가 염색을 해~? 그것도 노랗게~?" 그도 그럴 것이, 지금도 머리를 요란하게 염색한 아이들을 보면 한 마디씩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벌써 10년도 전에, 그것도 목사가 염색을 했으니 그런 소리를 들을 만도 했던 것입니다.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담임 목사님한테 허락 받고 했어. 우리 교회 애들이 염색한 애들이 많아서..." 사실 그 노란 머리는, 온통 문제 투성이인 뉴욕의 거친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던 제 친구의 간절한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전교인 기도회를 마치고 교회당 문을 잠그려는데 아직 집으로 가질 않고 밍기적 거리는 젊은 청년들 서넛이 눈에 띠였습니다. "목사님 데니스 같이 가실래요?" "지금?" 시간이 11시 반을 넘고 있는데 밥을 먹으러 가자니...ㅎㅎ 처음엔 사양했지만, 청년들 표정이 섭섭하다 못해 슬퍼 보여 결국 따라 나서게 되었습니다. 이것 저것 시켜놓고 신나게 수다를 떠는 청년들을 보는데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한 주일에도 서너 번씩, 늦은 밤까지 청년들과 함께 친교를 나눌 수 있었던 조금은 더 젊었던 시절...그 때 주일학교 학생이었던 이 청년들이 그 때를 그리워하며 저를 불러 세웠던 것입니다. 그들의 얼굴을 보며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어떤 분과 이야기를 하는데, 성도들과 같이 화장실 쓰는 것이 싫어서 본인만의 단독 화장실을 지어달라고 교회측에 요구했다는 어떤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얘기를 들으면서 자꾸 예수님 생각이 났습니다. 빌 2:5 이하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우리를 위해 하나님의 영광을 내려놓으시고 사람이 되신 예수님, 그 예수님을 따른다는 우리에게 이런 마음이 없다면 도대체 우리는 누구를 따르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날 교회들이 너무 귀족화 되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하늘 보좌를 버리시고 죄인들을 찾아오신 예수님, 그리고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신 예수님을 믿는다면서도 나와 좀 다른 사람들을 폄하하고, 또 용납하지 않는 마음이 우리에게도 있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예수님의 마음을 품을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의 이웃, 모든 사람의 친구가 되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