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겨울은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내 곁을 떠났을 때 찾아오기도 하고, 나를 이해해주거나 속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없을 때 찬 바람처럼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누구도 비켜갈 수 없듯이, 심리적 겨울도 우리 모두에게 찾아오곤 합니다. 정태기목사님이 쓴 책(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국민일보)에 보면,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폴 틸리히(Paul Tillich)라는 신학자가 있었습니다. 히틀러 정권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조국 독일에서 추방된 그는 미국으로 건너와 유니온 신학교에서 교수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영어 실력이 영 신통치 못했습니다. 독일식 발음을 쓰는 그의 강의 때문에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이 배꼽을 잡으며 웃어댔습니다. 이 때문에 틸리히는 의기소침해졌습니다. 결국 그는 마음의 병을 얻습니다. 교실로 들어가는 것이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학생들만 보면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점점 견디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집 문 앞에 꽂혀 있는 카드 하나를 발견합니다.
"사랑하는 선생님, 우리는 모두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모두 당신을 존경합니다. 우리가 수업 시간에 웃는 것은 다만 선생님의 발음이 낯설어서 웃는 것뿐입니다. 선생님, 우리는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힘을 내십시오."
그는 세계적인 석학이었고, 키가 185cm나 될 정도의 거구였지만, 이 카드를 받고 어린애처럼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틸리히 교수는 이 감격을 울면서 적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정과 사랑의 관심이 이렇게 놀라운 생명력을 주는데 하물며 죄인된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오심은 얼마나 더 큰 역사인가?"
때로는 외로움으로, 낙심으로, 혹은 무기력감으로 다양하게 찾아오는 마음의 겨울을 우리는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미국의 유명한 흑인 여가수이자 영화배우였던 에텔 워터스(Ethel Waters)는 자신의 삶을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내가 유명한 가수이자 배우로서 인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명예도 돈도 인기도 누렸습니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받는 사랑은 내 마음속에 깊게 도사린 고독을 풀어주지 못했습니다. 그 때의 내 마음은 언제나 겨울이었습니다. 지금 나는 인생의 후반기에 들어선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예전에 남들이 부러워했던 것 중에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내 마음속엔 이렇게 생기가 차고 넘칩니다. 가진 것이 없어도 감사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나이 40이 지나서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습니다. 그분께 내 전부를 내어 맡기자 그분은 나를 부수어 다시 빚으셨습니다. 그 후로 나는 고독이라는 병에서 해방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마음속 깊이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웃습니다. 지금 내 마음은 푸른 젊음 그 자체입니다."
사도 바울이 생애 마지막에 썼다고 하는 디모데후서에 보면 그에게도 마음의 겨울이 찾아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머리에는 흰 눈이 내렸고, 눈이 침침해 더 이상 편지를 쓸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같이 가자 했던 데마, 그레스게, 디도 등 어려운 시절을 함께 했던 동지들이 세상으로,혹은 추억속으로 떠나 버렸습니다. 늙은 몸으로 법정에 서야 하는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디모데에게 겨울이 오기 전에 겨울용 외투 한 벌과 책을 갖고 와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를 이기게 해주신 분은 주님이었습니다. "주님께서 내 곁에 서셔서 나에게 힘을 주셨습니다."(딤후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