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사라는 시골 농장에 갔다가 거기서 월터와 사랑에 빠졌다. 그곳에서 만난 청년 월터는 민들레 화환을 만들어 사라의 갈색 머리위에 씌워주고 봄이 오면 결혼을 하자고 고백하였다. 사라는 맨하탄으로 돌아와서 이사를 했고, 식당의 타이피스트로 일하면서 약간의 수입을 얻게 되었다. 월터가 민들레 화환을 만들어주면서 사라를 “왕비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2주나 월터의 연락을 받지 못하였다. 민들레가 곁들여 있는 음식 메뉴를 타이핑하며 사라는 눈물을 흘렸다.
민들레가 피어나는 이 화창한 봄날에 눈물짓던 사라는 그날 저녁 뉴욕 싸구려 아파트에서 책을 읽으며 저녁을 지냈다. 그날 저녁의 정적은 두 세 칸씩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발자국과 월터의 목소리로 깨어지고 말았다. “어떻게 연락도 하지 않았느냐”는 사라의 질문에 월터는 “연락이 안 되어 당신을 계속 찾았다”고 말하면서 그녀가 타이프한 메뉴를 꺼내었다. “민들레를 곁들인 계란 완숙” 대신에, 눈물 자국과 함께 “사랑하는 월터를 곁들인 계란 완숙”이라고 메뉴에는 오타가 나 있었다.
“메뉴 위의 봄”이라는 오 헨리의 단편이다. 여기 그려진 월터와 사라의 애틋한 사랑과 비교할 수 없이, 예수님과 교회의 관계는 사랑의 관계이다. 처음 예수님을 만났을 때의 감격, 사랑받은 자의 즐거움, 죄 용서받은 자의 평화, 천국을 기업으로 받는 자의 부요함, 주의 나라를 위한 일꾼으로 부름 받는 사명감, 평생 함께하시는 주님의 지원 등, 이 모든 보람과 기쁨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말미암은 선물들이다.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이 첫사랑을 지켜나가는 것이 신부된 교회의 마땅한 모습이다.
에베소 교회는 말씀체험, 성령체험, 능력체험, 고난극복, 진리보수, 이단퇴치 등 너무 많은 은혜와 장점을 가진 교회이다. 그런데 한 가지 잘못을 범한 것이 있는데, 첫사랑을 잃어버린 것이다. 주님의 은혜를 받은 교회가 가졌던 뜨거운 첫사랑의 열정과 열심을 상실한 것이다. 밧모섬에 나타난 예수님은 에베소 교회를 향하여 말씀하신다. “그러나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계 2:4).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행위를 가지라”(계 2:5).
이는 심판하겠다는 주님의 결정보다는 돌아오라는 사랑의 부르심이다. 첫사랑을 잃어버리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고 기억하여야 하며, 그 문제에서 돌이켜, 처음의 그 견고함으로 다시 돌아오는 방법을 예수님은 차근차근 가르쳐주신다. 에베소 교회를 통하여 주시는 주님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교회가 처한 열악한 환경과 하나님을 대적하여 일어난 사탄의 공격에 대항하되, 그리스도 중심의 삶을 견지할 뿐 아니라 그 분과의 뜨겁고 절절한 사랑이 우리의 사역에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과 싸우다가 사탄의 증오와 무자비를 배워서는 아니 된다. 우리의 영적인 전쟁은 그리스도의 인격과 삶을 닮는 것으로 수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