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치 아래 공개처형이 급증하고 있다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나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처형 건수는 눈에 띄게 늘어났으며, 한국 드라마나 케이팝을 시청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이 가능하다는 사례까지 전해졌다. 일본 주간지 데일리신초는 9일, 탈북자 2명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내부 상황을 보도했다. 

황해남도 벽성군 출신 탈북자 김일혁 씨(35)는 2022년 7월 자신이 직접 목격한 공개처형 장면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그는 "죄인은 두 명이었다. 한 사람은 한국 노래와 드라마를 시청하고 주변에 퍼뜨린 혐의, 다른 한 사람은 과거의 살인 사건으로 체포됐다"고 말했다. 악천후 속에서도 약 1000명이 강제로 처형 현장에 동원됐고, 어린이들까지 교육 목적으로 포함되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죄인들은 각목에 묶인 채 머리에 흰 천을 덮어쓴 상태였다. 저격수들이 총을 겨누자 군중은 조용해졌고, 이어 연발되는 총성으로 처형이 끝났다"고 회상했다. 그는 2020년 이후 공개처형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이전에는 1년에 한 번 정도였지만 이후에는 3개월에 두 번꼴로 집행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특히 권력층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처형은 더욱 잔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김 씨는 "빗나간 총알로 머리와 몸이 분리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2020년 12월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공개처형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 법은 한국·일본·미국 콘텐츠 시청 또는 유포를 중범죄로 규정하며, 위반할 경우 사형까지 가능하다. 김 씨는 "과거에는 한국 드라마를 봐도 감옥에 가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처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열 부대가 가정에 불시 수색을 실시하며 USB, MP3 등 외부 콘텐츠를 철저히 단속한다고 증언했다. 배격법 제정 이전에는 연 2회 정도 실시되던 가택 수색이 제정 이후에는 수상 가옥을 중심으로 월 2회까지 증가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정도 차이는 있지만 북한 2030 세대 중 한국 문화를 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며 "나 역시 케이팝을 좋아했고 탈북 전에는 한국 드라마도 봤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콘텐츠 속 풍요로운 삶을 보면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고, 그런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 체제 유지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북한의 신분 제도와 청년교양보장법이 탈북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혼인 신고 없이 동거할 경우 동거 기간만큼 감옥형을 받을 수 있어 불안 속에 생활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가족과 함께 뇌물을 써 바닷가 지역으로 이주한 뒤, 9명이 탈북에 성공해 현재 남한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 박영철(가명·25) 씨는 코로나19 방역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압박이 탈북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2020년 이후 북중 무역이 중단되면서 식량과 생필품 가격이 급등했고, 생활이 극도로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른 나라가 얼마나 풍요로운지 알게 됐다"며 "생활이 막히면서 남한으로 가 돈을 벌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일본 인권단체 '노펜스(NO FENCE)' 송윤복 부대표는 "무역이 재개됐지만 쌀값은 지난해 대비 4~5배 오르는 등 식량난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해외 파견 첩보요원 중 약 20명이 정보 유출 혐의로 처형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탈북자들의 증언은 북한 내부에서 반체제 요소에 대한 강압과 통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외부 문화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북한 당국은 공포 통치를 통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