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요 목사 (베델한인교회)
 김한요 목사 (베델한인교회)

요즘 자라가는 손주들을 보면, 그냥 행복하고 마음이 풍성해집니다. 손주들이 나에게 주는 선물 하나 없지만, 그들의 입술 속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저의 마음에 웃음꽃을 피게 합니다. 자기들 엄마 아빠와는 영어를 하느라,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도 영어만 하는 손주들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엉성한 한국말을 하며 배꼽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 어느새 저의 마음은 천국에 가 있습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장영희 교수의 <내 생애에 단 한 번>에세이에 다시 손이 갔습니다. 한 번 저의 설교에도 언급되었던 미국에서 자란 조카와의 에피소드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한국말이 서툰 조카가 장교수님께 선물을 받고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한 말이 '하필이면 이것을 저에게 주십니까? 감사합니다.'였다는 것입니다. 기대치 않은 큰 선물을 받고 아마도 'how come?' '어찌된 일입니까?' 놀라움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엉뚱한 '하필이면'이라는 표현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 순간은 웃어넘겼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카의 감사 표현을 통해 우리 어른들이 불평할 때 자주 쓰는 '하필이면'이 변화하여 감사의 표현으로 바꿔 쓸 수 있겠다는 작가의 글이었습니다.

저는 장영희 교수의 말처럼 '하필이면'이 중생(born again)하면 우리의 삶이 거듭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자격 없는 자가 선물을 받았을 때 튀어나온 표현이 '하필이면'입니다. 즉, 거듭남의 비결은 '내가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존 뉴턴 목사님이 쓰신 찬송가 Amazing Grace 찬송의 가사 '나 같은 죄인 살리신 Amazing grace... that saved a wretch like me'입니다. 나는 정말 자격 없는 죄인인 것을 깨달으면 새 출발을 향한 걸음이 시작됩니다. 그러면 감사가 그 새 걸음에 동반자가 됩니다.

이 비결은 어려운 것을 선물로 받았을 때 그 빛을 더욱 강하게 발합니다. 고난을 받았을 때, 나 같은 자격 없는 자에게 '하필이면' 주신 고난 때문에 감사가 수반됩니다. 고난이 죄인에게 주신 벌이 아니라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복스러운 며느리를 보았을 때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고 하듯이, 고난이 '하필이면' 나에게 호박 굴러 들어
오듯이 온 것이기에 감사할 수 있을 때 진정 우리의 삶은 거듭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대강절을 맞이해서 '하필이면' 예수님께서 자격 없는 우리에게 임마누엘로 오셨습니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