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선 목사 (휴스턴 순복음 교회)
 홍형선 목사와 함께 쓰는 영성일기, 사진, 기독일보

"말의 무게와 영성" 

 

오늘은 교회 화단을 정리했다. 자동차 바퀴가 화단 벽돌을 치고 갈 때마다 벽돌이 삐져나오고, 그곳에 개미들이 집을 짓고 있어서 오래전부터 정리하려고 했었다. 오랜만에 시간이 나서 스페니쉬 한 사람(나이가 지긋해 보임)을 불러 벽돌에서 흙을 닦아내고 사이사이에 시멘트를 넣어 다시 쌓는 일을 했다.

이태웅 집사님이 지나가시다가 이 모습을 보고 돕겠다고 하신다. 성도들이 해야 하는데 목사님이 하신다며 미안해하신다. 그래서 괜찮다면서 아이디어만 달라고 했다. 그러자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말씀해 주셔서 스페니쉬 일꾼에게 집사님께서 제안한 대로 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고집을 부리며 자기 방법을 고수한다. 부탁한 대로 하면 좋으련만... 화가 살짝 났다. 그래서 흘러가는 말로 집사님께 "나이 먹은 사람이라 말을 안 듣네요"라고 했다. 말을 뱉고 보니 이태웅 집사님의 연세가 생각났다. 분명 나는 고집부리는 스페니쉬 인부에게 한 말인데, 한국말도 못 알아들을 것 같아 무심코 내뱉었는데... 연세 많으신 이태웅 집사님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얼굴이 화끈거린다.

주일 오후에 교육관에 갔더니 젊은 집사님 몇 가정이 교제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교제하다가 아이들 이야기가 나왔다. 누군가가 우리 아이들은 공부를 어떻게 했느냐고 물은 것 같다. 공부를 좋아했느냐고 물은 것 같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자기들이 할 줄 아는 것이 공부밖에 없다며 열심히 했다. 우리 아이들은 고등학교 때 4시간 정도밖에 안 잤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찜찜하다. 자랑만 늘어놓은 것 같아 불편하다.

그러면서 나는 왜 이리도 말에 실수가 많은가 하고 자책하고 생각했다. 삼겹줄 기도회가 은혜롭게 마쳤다. 여기저기서 칭찬하고 자랑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칭찬의 중심에 내가 있다. 또 주일 예배 후 어느 남자 집사님이 "목사님! 요한복음 강해 언제 끝나나요? 계속 요한복음만 했으면 좋겠어요. 그것도 목사님을 통해 들으니 너무 좋아요"라고 칭찬해 주셨다. 이렇듯 요즘 칭찬의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래서인지 주님이 하셨다고 하면서도 속으로 우쭐해한다.

그리고 그 우쭐함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말의 실수를 하게 한다. 잠언 27장 21절에 보면 도가니로 은을, 풀무로 금을, 칭찬으로 사람을 연단한다고 한다.

칭찬할 때 우쭐하면 비판당할 때 넘어지기 때문에 사람은 칭찬으로 연단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예수님은 베드로가 신앙고백했을 때에도, 사람들이 "호산나"라고 환호할 때에도 "나는 예루살렘에 올라가 죽고 부활할 것이라"라고 사명만 이야기하셨나 보다.

오후 늦게 이태웅 집사님이 다시 교회에 들르셨다. 아무래도 사과를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집사님께 한 말은 아니지만 "나이 먹은 사람이라 고집이 세다"고 말해 죄송하다고 말씀 드렸더니 "정말 고집이 세더라고요" 하시면서 대수롭지 않게 받아주신다. 덮어주시는 것이다. 집사님이 한없이 커 보이신다.

나도 예수님처럼 사명을 노래하며 살고 싶다. 그래서 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