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최근 미국과의 비공개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전체에 대한 통제권 확보를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과 향후 외교적 해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타임스는 24일, 크렘린 전략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국 측과의 협상에서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지역에 대한 전면적 지배권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협상은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12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지난달 18일에 이어 두 번째 회담이다. 핵심 의제는 흑해 해상 휴전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영토 문제, 휴전선 설정, 우크라이나 내 발전소 소유권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러시아는 해당 4개 주 가운데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있으나 전면적 통제권은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루한스크주는 약 98.5%를, 도네츠크주는 약 60%만을 장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2022년 9월 이들 지역을 자국 영토로 병합하고 러시아 헌법에 편입시킨 바 있다.
크렘린궁 관계자는 "러시아 헌법상 이들 지역의 경계는 명확하게 설정돼야 하며, 푸틴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해당 영토를 잃을 수 없는 입장"이라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지역들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헌법상 이 지역을 러시아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자포리자와 헤르손의 미점령 지역도 모두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러시아 정부 소식통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설득해 이들 지역에서 완전 철수를 이끌어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설득하거나, 아니면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해당 지역을 장악할 때까지 협상을 장기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특히 드니프로 강을 건너는 군사작전은 비용이 막대해 러시아 입장에선 피하고 싶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한편, 다른 러시아 관리는 러시아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일부나 수미주 등을 추가 점령한 뒤, 이를 헤르손과 자포리자 비점령 지역과 교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러시아 외교관들은 트럼프 전 행정부가 국경선의 세부 설정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 외교관은 "내가 알기로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화되고 무장이 잘 된 친서방 우크라이나를 원한다"면서도 "그에게 국경선이 정확히 어디로 설정되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리야드 협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후 방향성과 평화협상 조건 설정에 있어 주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자국 헌법을 근거로 점령지를 확고한 영토로 주장하고 있으며, 이를 국제적으로 승인받기 위한 외교적 수단을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