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은 물론 방 밖으로도 나가지 않는 고립·은둔청소년 10명 중 6명이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 가운데 70%는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25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함께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의 9세부터 24세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립·은둔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고립·은둔청소년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실태조사다. 

조사에서는 '고립·은둔청소년'을 지적장애나 정신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방이나 집 안에서 보내며 학업이나 취업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가족 외에는 사회적 접촉이 거의 없는 청소년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생활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고립·은둔청소년으로 분류된다. 

1차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1만9160명 중 고립청소년은 12.6%(2412명), 은둔청소년은 16%(3072명)로 나타났다. 이들의 삶의 만족도는 평균 4.76점(10점 만점)으로, 고립·은둔이 아닌 청소년의 평균 7.35점보다 현저히 낮았다. 

2차 심층 조사에서는 고립·은둔청소년 2139명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70.1%로, 남성(29.9%)보다 2배 이상 많았으며, 이 중 57.6%는 학교에 재학 중이었고, 나머지 42.4%는 비재학 상태였다. 

사회경제적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2.4%가 자신의 가정이 중간 수준이라고 답했고, 41.4%는 낮은 편이라고 응답했다. '높은 편'이라고 답한 비율은 16.3%에 그쳤다. 

고립·은둔을 시작한 시점은 응답자의 72.3%가 18세 이전이라고 답했으며, 주요 원인으로는 '친구 등 대인관계의 어려움'(65.5%)이 가장 많았다. 반면 19~24세 응답자에게는 '진로 및 직업 관련 고민'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고립·은둔 상태가 지속된 기간은 2년 이상 3년 미만이 17.1%로 가장 많았으며, 3년 이상 지속된 경우도 15.4%에 달했다. 39.7%는 고립 상태에서 일상생활로 복귀했다가 다시 고립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지쳐서'(30.7%), '문제 미해결'(20.9%), '금전적·시간적 제약'(17.4%) 등이 꼽혔다. 

정신건강과 생활습관 면에서도 어려움이 뚜렷했다.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는 응답은 62.5%에 달했고, 정신건강이 좋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도 60.6%였다. 신체건강에 대해서도 48.9%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규칙적으로 식사한다는 응답은 25.5%에 불과했고, 56.7%는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렵다고 답한 비율은 50.2%, 절망적인 기분을 자주 느낀다는 응답은 59.5%에 달했다. 고립·은둔 기간 중 주요 활동으로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OTT 시청(59.5%),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48%), 게임(45.1%), 수면(41.7%) 등이 포함됐다. 

이들의 가족 중 29.6%는 자녀가 고립·은둔 상태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27.2%는 이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청소년 본인 역시 23.7%는 이를 큰 문제로 여기지 않았고, 17.8%는 자신이 고립·은둔청소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1.7%는 지금의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응답했고, 이 중 55.8%는 실제로 탈출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했다. 다만, 외부의 도움을 받은 경험이 없는 응답자 가운데 50.6%는 앞으로도 도움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고립·은둔청소년이 필요로 하는 지원으로는 '눈치 보지 않고 들를 수 있는 공간'(79.5%), '경제적 지원'(77.7%), '혼자서 할 수 있는 취미·문화·체육활동 지원'(77.4%) 등이 가장 많이 꼽혔다.

여가부 김민아 청소년정책과장은 "앞으로도 주기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보건복지부의 고립·은둔청년 조사와 연령대가 일부 중복되기 때문에 여러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6일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청소년메타센터에서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방안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