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수감사절은 제게 부담입니다. 감사보다는 불평이 앞섭니다. 연초에 세워놓았던 목표들이 이루어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예년에 비해 인간관계도 힘들었고, 교회식구 수도 늘지 않았고, 여러모로 힘이 들었습니다. 2007년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전세가 역전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유쾌하지 못합니다. 이 정도면 추수감사 주일에 어떻게 설교해야 할 지 대략 난감입니다.

찬송가를 불러보기로 했습니다. 제겐 추수감사절이 되면 늘 생각나는 찬송가 하나가 있습니다. 저의 모교회의 목사님은 그 찬송을 참 좋아하셨고, 추수감사절마다 그 찬송을 꼭 부르셨습니다. 그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는가 봅니다. 찬송가 489장입니다.

“세상 모든 풍파 너를 흔들어
약한 마음 낙심하게 될 때에
내려 주신 복을 세어 보아라
주의 크신 복을 네가 알리라.”

영어가사로 읽어보면 그 의미가 가슴 깊숙히 다가옵니다.

“Count your many blessings.
Name them one by one.
It will surprise you what God has done.”

지난 한해 동안 제 삶에 불어 닥친 크고 작은 풍파로 인해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고, 낙심될 때도 있었습니다. 찬송가 가사는 불평과 원망 대신에 좋은 것들, 받은 복들을 카운트해 보라고 권고합니다.

제 마음이 닫혀있었나 봅니다. 저는 받은 복들을 카운트 해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유를 생각해 보았더니, 받고 싶었던 복을 아직 받지 못해서 그런가 봅니다. 솔직히 저는 카운트 해 볼 만한 굵직한 복들을 아직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복을 세어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던 것이지요.

찬송가의 가사를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받은 복을 카운트 해보라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하나하나 꼭 집어서 말해 보라는 것이 새로웠습니다. 과연 무엇이 있을까? 세어보기로 했습니다. 단, 큰 감사 말고 작은 감사부터….

문득, 식탁 위에 있는 딸애의 성적표가 생각났습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아직도 식탁 위에 있는 그 성적표를 치우지 않고 있는 딸의 모습을 떠올리며 제 입가엔 미소가 번졌습니다. 성적 오르기를 기도해 왔거든요. 아! 오늘 점심 약속도 생각납니다. 식당을 운영하시는 자매님께서 저희 부부를 꼭 대접하고 싶다며 약속한 날이 오늘입니다. 부족한 저를 잊지 않고 저를 챙겨주시는 그분, 고맙습니다.

우리 집 주인도 생각납니다. 지난 5년 동안 한번도 렌트 비를 올리지 않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어제 저녁에 했던 성경공부시간도 떠올랐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지하게 말씀을 공부하다 보니 마치는 시간보다 30분이나 늦었는데도 은혜 받은 모습으로, 흐뭇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던 형제, 자매들의 모습입니다. 부족하기 짝이 없는데도 이렇게 저를 써주시는 하나님, 고맙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제가 뭔데, 하나님께서 저를 우리 교회의 목사로 세워주셔서 참으로 귀하신 교우님들 앞에서 매 주일 강단 위에 서서 맘껏 설교할 수 있도록 해 주셨는지, 이것도 너무나 고마운 일 아닙니까?

작은 감사들을 하나하나 헤아리다 보니, 큰 감사도 제 마음 속에서 풀풀 피어오릅니다. 큰 감사만을 찾다보면 작은 감사마저 보이지 않아 낙심이 되는데, 작은 감사를 찾아서 카운트하다보니 작은 감사도 크게 보이고, 작은 은혜도 큰 은혜로 깨달아집니다.

남들과 비교하여 나에게 없는 것만 바라보고, 불평하고 속상해 할 일이 아닙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작은 감사들을 하나하나 카운트하다보면, 그것이 오늘 당신을 다시 한번 깜짝 놀라게 해 줄 것입니다.

/코너스톤커뮤니티교회 설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