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왕들은 코끼리를 신성시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하얀 코끼리를 신성하게 여겼다. 하얀 코끼리는 상대적으로 희귀한 동물이었기에, 그만큼 귀하게 여겼다.
그런데 하얀 코끼리가 사용되는 용도는 정치적으로 왕권에 도전하는 신하들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매우 귀한 코끼리이기에 선물을 받은 신하가 관리를 못하여 코끼리가 죽거나 상하게 되면 엄벌에 처해진다.
하얀 코끼리를 선물받은 신하는 최선을 다해 코끼리를 먹이고 관리해야 한다. 어마어마한 양을 먹는 코끼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엄청난 양의 돈을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결국 코끼리를 먹이는데 모든 재산을 탕진하여 파산하게 된다.
하얀 코끼리는 정적을 합법적으로 파산시키는 가장 잔인한 방법이었다. 하얀 코끼리를 하사받는 것은 그야말로 경제적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이유로 현대 경제학에서 '하얀 코끼리'는 겉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돈만 많이 들고 결국 경제적 실속을 챙기지 못하는 애물단지를 뜻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일본은 2020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일본은 2020년 하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중국과 한국에게 밀리던 경제 회복을 노렸다.
하지만 일본은 대회 준비, 1년 연기에 따른 추가 부담등 올림픽 직접 경비가 총 1조 6,440억 엔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금액은 올림픽 이후 시설의 개보수 관리 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추가 비용 발생은 적어도 7,349억 엔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1년 코로나로 인해 연기되면서 비용이 23억 달러 추가되었고, 무관중으로 무려 8억 달러에 달하는 수입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대략 추정해 보면 처음 일본 올림픽위원회가 예상했던 비용보다 3배 넘는 돈이 들어, 약 3조 4천억엔 (약 31조 원)을 사용하게 되었다.
일본은 아직도 정확하게 경제적 손실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발표하지 않고 있다. 아니 못하고 있다. 올림픽 이후 일본 내각은 지지율이 최악의 상황이 되었고, 앞으로 일어날 경제적인 손실은 실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온 국민의 환호와 희망 속에 열렸던 평창 동계 올림픽은 남북 화합의 장으로 성공적 개최 후 얻을 경제적인 효과를 기대하며 유치됐다. 남북 단일팀 구성, 성공적인 올림픽 진행과 결과로 사상 유례 없는 성공을 거둔 올림픽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이후 평가는 냉혹했다. 올림픽 이후 되돌아온 결과는 '하얀 코끼리'였다. 대회 경비와 사후 관리 비용은 고스란히 국가가 떠안아야 할 비용이 되어 돌아왔다. 635억 원이 들어간 개·폐회장 일부만 제외하고 개막식 스타디움을 철거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개막식과 폐막식만을 위해 사용된 경기장은 무려 1,300억원을 소진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무려 1,000억 이상 들어간 아이스 실내 스케이트장, 하키 센터,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 3곳도 사용하는 이가 없어 방치된 상태로 남아 있다.
아직도 평창 올림픽 경기장 시설의 철거와 활용 방안을 놓고 정부와 강원도 체육위원회, 환경단체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천문학적으로 들어간 세금을 다시 회복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하얀 코끼리의 문제는 최근 개최된 올림픽 경기만의 문제가 이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도처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017년 영국의 유력 일간지인 '가디언'은 세계에서 가장 쓸모없이 재화를 허비한 10대 '하얀 코끼리'를 선정한 바 있다. 북한 류경 호탤, 캐나다 스키보로 지하철역, 한국 4대강 사업, 독일 베를린 신공항, 미국 알래스카 그리비아섬 연결 다리, 러시아 소치 타운, 홍콩 펄 피버 다리, 스페인 발렌시아 오페라 하우스, 사우다드 레알 공항, 베니돔 인템포 빌딩 등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신공항을 건설하고 강을 정비하고 필요한 다리를 놓고 아름다운 도시와 마을을 건설하는데, 왜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일들이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걸까?
10대 '하얀 코끼리'들의 공통점은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잘못된 정치적 판단과 정치적 기득권이 작용한 결과라는 점이다. 과정과 결과물을 만들어 놓아도 그 동기가 정치적인 유불리에 의해 잘못 판단되고 결정된 결과물들이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집단이기주의에서 파생된 문제들이다. 이득을 보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동기에서부터 하얀 코끼리가 길러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교회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예배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 일어나고 있다.
현장 예배를 할수 없는 상황에서 교회들은 발빠르게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수백 억원의 건축 비용을 들여 마련했던 화려한 예배당이 텅텅 비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거리두기와 코로나 방역 단계로 예배당에는 제한적인 인원만을 수용해야 했다.
코로나 기간 동안 교회는 예배당에 출석한 숫자가 아닌 온라인에 접속한 숫자로 희비가 갈리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장 교회들마다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면서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했다.
온라인 상에서 보여지는 화질과 음질 상태가 비교 대상이 되었다. 새롭게 방송 장비를 구입하고 방송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작은교회는 엄두도 내기 힘든 비용이 새롭게 발생했다.
앞으로 교회는 현장과 온라인이라는 두 공간 모두에서 지금까지 하던 사역들을 병행해야만 한다. 기존 건물과 환경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벅찬 교회들은 온라인과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질 또 다른 경쟁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사용해야 한다.
예전 같이 교회에 성도들이 폭발적으로 부흥하고 재정이 넉넉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이미 교회 건물도 유지하기 버거운 교회 재정을 호소하는 교회가 나타나기 시작 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30%의 성도들은 교회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적인 예측들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키워왔던 하얀 코끼리를 당장 굶어죽일 수 없기에, 교회는 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총력을 기울이다 결국 하얀 코끼리에게 파산을 당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필요한 교회 공간을 확보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장기적 관점에서 교회들에게 필요한 일들이다. 상황에 따라 교회 건축과 사역의 재원들을 마련하는 일도 나무랄 수 없는 일들이다.
그러나 혹 우리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하얀 코끼리를 교회 스스로가 요청해 길러내 보겠다고 호기를 부려 너나없이 막대한 비용으로 교회 건물을 구입하거나 건축했다. 코로나 전에도 많은 교회들이 은행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해 은행으로 교회 건물이 넘어가는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후 교회 재정은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영업자들의 파산과 경제적인 고통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고들 말한다.
경제적인 전망도 불투명하다. 미국이 막대한 자금을 풀어 이미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석유 가격이 다시 고공 행진을 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물류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더 큰 건물을 짓고 공간을 확보하면 그곳에서 코끼리가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하얀 코끼리 몸집에 맞춰 교회가 확장과 성장만을 위해 달려왔다면, 그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교회 스스로 멈출 수 있는 속도의 한계를 벗어났기에, 하나님은 코로나 사태를 통해 이렇게 급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신 것은 아닐까? 이미 우리 스스로 멈출 수 있는 통제권을 상실해 버린 것은 아닐까?
혹 우리도 모르는 사이 필요한 것들 중 있으면 화려해 보이지만 선한 동기가 아닌 불순한 동기에서부터 출발하여, 교회 안으로 하얀 코끼리를 끌고 들어온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할 시점이다.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요셉이 만들었던 곳간의 지혜이다. 7년의 풍년 뒤 있었던 참혹했던 7년의 흉년 속에서도 살아남은 지혜를 성경은 우리에게 남겨 놓았다.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요셉으로부터, 흉년 기간 동안 살아남는 지혜의 교훈을 얻어야 할 때다.
박종순 목사
미국 제자들교회
<열혈독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