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회의차 제주도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제주도에 가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가서 제주 가는 비행기로 갈아탔습니다.
문득 이민 떠날 때 생각이 났습니다. 교인들이 함께 모여 둘러 서서 예배드리며, 눈물 속에 작별했던 공항이 김포공항이었습니다.
이번에 안 일이지만, 김포(金浦), 한자에서 보듯이 그 뜻이 “금을 던진 여울”이라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었습니다. 투금탄이라고 하는 전설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형과 아우가 길을 걷다가 황금 두 덩이를 주었습니다. 형제가 금을 나누어 갖고 공암진에서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너다가 아우가 갑자기 금덩어리를 강물에 던졌습니다. 형이 왜 그랬냐고 묻자 아우는 금을 줍고 나서부터 형을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서 차라리 금을 버리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 답을 했습니다. 형도 형제간의 우애를 소중하게 여긴 아우의 말이 옳다 여겨 황금 덩어리를 강물에 던졌습니다. 이때부터 금을 던진 공암진을 김포라 불렀다는 것입니다.
한국을 떠나 미국을 오던 김포가 세상 사람들이 귀중하게 여기는 금을 버리면서까지 형제애를 소중하게 지킨 곳이었다는 것이, 새삼, 한국을 떠나 미국에 오며 가졌던 초심을 상기시킵니다.
수많은 이별의 사연을 김포공항에 묻고 세셈트리오의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유행가에 눈물짓던 지난 세월들이 또다시 만만치 않은 이민 생활에 지치고 깨어진 상처들이 초심을 잃고 방황하게 했습니다. 미국에 살며 잊고 있었던 설명절을 상기하고 떡국이라도 한 그릇 더 챙겨 먹고 싶은 것은 나름 나이 값 좀 해야 하는 반성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명절 후에 이혼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포스트 명절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두드러진 사회적인 현상으로 지목되고 있다는데, 부모님 찾아뵙고, 형제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앉는 곳이 마냥 기쁨의 자리라기보다는 한바탕의 싸움판이 되기 십상인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낯선 미국 땅에서 새롭게 시작했던 각오들을 무색하게 하는 욕심의 얼룩들 앞에서 우리는 많은 상처 속에 얼마나 아파해야 했나요? 함께 믿음의 공동체라는 교회 안에서도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이름 하에 숨겨논 나의 욕심들 때문에 얼마나 후회했나요? 그렇게 겪고 그렇게 많이 다짐을 했지만, 나도 모르게 다시 그 구정물에 빠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나요?
그 옛날 떠나왔던 김포공항의 의미를 되새기며 던져 버릴 황금 덩어리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서 다시 초심으로 새 출발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