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사는 ‘율리우스 시저’(Julius Caesar)의 이름입니다. 그의 조카 아우구스투스가 로마제국을 홀로 통치한 후부터 가이사는 황제를 부르는 보통명사가 되었습니다. 아우구스투스는 로마의 통치권을 손에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겸손을 가장하여 황제의 위를 사양했지만, 실상은 황제, 대장군, 즉 군통수권자의 지위를 누렸습니다.
신약성경의 배경이 되는 로마역사는 아구스도(재위 BC 31- AD 14, 눅 2:1), 디베료(재위 AD 14-37, 눅 3:1,20:22-25), 칼리쿨라(재위 AD 37 -41), 글라우디오(재위 AD 41-54, 행 11:28, 17:7) 및 네로(재위 AD 54-68, 행 25:-28: 빌 4:22)의 처음 다섯 가이사의 재위 기간과 일치합니다. 그 중 아구스도(Caesar Augustus)는 예수께서 탄생할 때 호적을 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눅 2장). 이 아구스도는 로마제국의 반을 다스렸던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를 악티움해전에서 패퇴시키고 로마 전체 판도를 홀로 다스리게 되면서, 로마의 유일 통치자가 됩니다. 아구스도는 사후 신성한 존재로서 예배를 받게 되는데, 이는 그의 통치 아래서 로마의 평화, 즉 팍스 로마나(Pax Romana)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아구스도가 재위에 있을 때, 로마제국의 변방에서 다른 종류의 나라가 시작됩니다. 교회는 다른 성격의 정치를 이 땅에 가져오는 공동체입니다. 이 나라는 작은 땅 이스라엘, 가장 작은 동네 베들레헴에 가난한 여행 중의 부부에게서 난 예수 그리스도로 시작됩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하나님의 아들은 로마도 예루살렘의 화려한 궁궐도 아닌 여관의 마구간에서 세상의 왕으로 오십니다. 아구스도의 호적 명령에 따르기 위하여 임신 중에 여행하는 부부사이에서 난 아기는 세상의 통치 질서에 충실히 복종하고 듯 합니다.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인 아기는 하나님의 아들이 어떻게 낮아졌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천사들은 무엇인가 비상한 통치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목자들에게 주의 천사가 나타나 좋은 소식, 곧 복음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 땅에 “구세주”(Savior) “그리스도”(Christ) “주”(the Lord)가 나셨다는 것입니다.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눅 2:10-11). 이 말씀은 아구스도 시대에 지금 다른 하나님의 종류의 통치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천사들은 이 통치가 하나님께 영광이 되며, 땅에는 평화가 되리라고 노래합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눅 2:14).
로마의 평화 속에 또 다른 종류의 평화, 즉 그리스도의 평화, 팍스 크리스티(Pax Christi)가 시작됩니다. 그리스도의 평화는 마구간에서, 가난한 목동들의 경배 속에서, 가장 작은 마을에서, 천사들의 복음 선포 속에서 시작됩니다. 그 나라 백성은 온 세상의 3분의 1에 이르렀고 칼이 아닌 사랑의 복음,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으로 평강의 나라를 이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