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배 목사는 탈레반에 피랍되어 있는 22명의 피랍자들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오길 원하고 있을 것이다. 유가족의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배 목사의 시신이라도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피랍자들과 함께 떠났으니 함께 돌아오기를 바란다. 봉사활동의 인솔자였던 배 목사의 시신은 피랍자들이 안전하게 석방되어 한국으로 돌아올 때 가장 마지막에 운구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28일 오후 2시 분당 서울대병원에 故 배형규 목사의 빈소가 마련될 예정이었지만 배 목사의 가족들의 요청으로 전격 취소됐다. 배 목사의 장례는 무기한 연기될 예정이다. 배 목사의 형 배신규(46) 씨는 빈소가 마련되기 한 시간 전 “故 배 목사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하길 원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하지만 지금은 우리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피랍자 석방을 위해 집중돼야 한다”고 울먹였다.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단상에 오른 배 씨는 입술을 꽉 깨물고 곧 흘러내릴 듯한 눈물을 간신히 참은 채 말을 차분히 이어나갔다. 그는 “가족들은 故 배 목사의 장례보다 피랍자들의 석방이 우선이라는 것에 의견을 함께 했다”며 “피랍자들이 아직 석방되지 않은 상태여서 장례가 진행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가족들은 분당 서울대병원에 빈소 예약을 취소하고 정부에도 “시신의 운구와 관련된 모든 과정들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27일 오후 제주영락교회에 마련된 분향소 운영 또한 중지될 예정이다. 현재 시신은 아프가니스탄 카불 바그람기지에 안치되어 있다.

배 씨는 “故 배 목사의 시신이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최소한의 방법으로 고인을 추모할 것”이라며 “연기된 장례 또한 조용하게 치러지길 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 같은 결정에 대해 정부 당국의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회장으로 장례를 진행할 경우 장례 규모가 확대돼 자칫 억류돼 있는 22명의 석방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또한 정부 당국은 교회장보다는 가족장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장으로 장례가 진행될 시 범기독교계가 참여하게 되면서 배 목사가 순교자로 부각되는 등 탈레반 무장단체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