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선교하고 계시는 정병면 목사님께서 보내주신 사또 아키라 목사님의 간증문을 발췌하여 실어 봅니다. 아키라 목사님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교회와 거처를 잃은 후, 약 4개월쯤 지나서 이 간증문을 썼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소개하겠습니다.

<2011년 3월 11일의 동일본 대참화, 그날은 기이하게도 내 생일이었습니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원자력발전소의 폭발, 그날 우리는 가족과 지역사회와 교회를 상실하고 온 마을 사람들이 고향에서 쫓겨나야 했습니다. 우리는 자위대 트럭에서 12시간 동안 떨면서, 얼어붙은 후쿠시마의 밤에 모포도 식품도 없는 피난소에 겨우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설마 선진국인 일본에서 생명유지를 위해 그와 같은 논스톱 도피 행각에 몰릴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 후 60여명의 마을사람들은 정처 없는 유랑의 길에 차례차례 내보내졌습니다.

저희 교회는 후쿠시마 “제일 원전”이 건설되기 전에 세워졌습니다. 2차 대전 직후 미국에서 침례교 선교사님이 오셔서 그리스도교를 전파하셨습니다. 현재 저희들은 자택과 교회가 있던 고향에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그리운 언덕에 서서 고향을 그려보며 교회의 문이 열리는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날 갑자기 집을 잃고 갈아 입을 옷이나 저축통장조차 챙기지 못한 채 유랑길에 오른 저희들이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들이 감사를 입에 달고 산다는 사실입니다. 식사가 제공될 때 감사하고, 의복이 지급될 때 감사하고, 새우잠을 자면서도 누울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며, 닷새마다 한 번씩 뜨거운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또한 언제부터인지 깨닫게 된 것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저희들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기회를 지나칠 정도로 자주 접하고 있는 바, 우리가 비록 피해를 입고 많은 것을 잃어 버렸을지라도 오히려 더 많자라기 위해서는 먼저 밑으로 뿌리가 자라야 됩니다. 물줄기를 찾아 밑으로 뿌리가 깊이 뻗어서 자라야 비로소 위로 자랄 수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교회도 개인도 은혜의 물줄기를 따라 믿음의 뿌리를 깊게 내릴 때 비로소 믿음의 큰 나무로 자랄 수 있습니다. 밑으로 자란다는 말은 내적 성장을 말합니다.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의 깊은 뿌리를 내리고 내적 성장을 이룰 때 비로소 교회는 밖으로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의 뿌리를 깊게 내려야 합니다. 외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먼저 내적으로 은혜의 뿌리를 깊게 내려야 합니다. 교회의 성장과 부흥은 은혜의 내적 충만의 결과요 한 개인의 믿음의 성장도 은혜로 충만한 속사람의 성장에 그 뿌리를 두는 것입니다.

올해 우리 교회 표어 말씀대로 예수 그리스도 은혜 안에 믿음의 깊은 뿌리를 내려 마침내 땅을 뚫고 밖으로 나온 나무가 위로, 앞으로, 옆으로 무성한 가지를 뻗듯 여러분과 우리들의 교회가 믿음의 큰 성장과 성숙을 이루어 내는 축복의 한 해가 되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