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시드니의 한 해변에서 14일(현지시간) 하누카의 시작을 기념하던 군중을 향해 한 부자(父子)가 총격을 가해 최소 15명이 숨지고 42명 이상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번 총격 사건을 유대계 호주인을 겨냥한 “테러 사건”으로 규정했다.
호주는 매우 엄격한 총기 규제를 시행해 왔으며,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은 드문 편이다. 그러나 이번 참사는 총기 관련 법률을 다시 점검하고, 향후 유사한 사건을 막기 위한 추가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199년 포트아서 학살 이후 '국가 총기 협정' 도입
호주의 강력한 총기 규제의 출발점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태즈메이니아에서 한 총격범이 35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1996년 4월 28일 일어난 이 총기 난사는 ‘포트아서 학살’로 알려졌다. 이 사건 직후 호주는 존 하워드 총리의 주도 하에 총기 규제를 강화했다.
그 결과 호주는 ‘국가 총기 협정(National Firearms Agreement)’을 도입했다. 이 협정은 반자동 소총과 펌프식 산탄총의 판매를 제한했다. 호주 국립박물관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65만 정이 넘는 총기가 반납됐다.
이 협정은 국제사회에서도 총기 규제의 모범 사례로 언급돼 왔으며, 호주의 총기 사망률을 크게 낮춘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협정 이후 20년 넘는 기간 동안 호주에서는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앨버니지 총리는 15일(월) 기자회견에서 “하워드 정부의 총기법은 호주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으며, 초당적 합의로 이뤄낸 자랑스러운 개혁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호주의 총기 보유량은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호주연구소(The Australia Institute)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현재 호주 내 총기 수가 400만 정을 넘었으며, 이는 1996년보다 25%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국가 총기 협정의 일부 조항이 일관되게 시행되지 않았고, 일부는 “사실상 완화됐다”고 지적했다.
새롭게 제안된 총기 규제 내용
앨버니지 총리와 각 주·준주 지도자들은 월요일 회의에서 이번 총격 사건에 대응해 더욱 강력한 총기 규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주요 내용은 ◇ 2023년 국가내각에서 제안된 ‘국가 총기 등록부’ 구축을 앞당긴다. 전국 단위의 총기 소유 및 면허 데이터베이스 마련. ◇ 총기 면허 발급 과정에서 범죄 정보 활용 확대 ◇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총기 수, 합법적인 총기의 종류와 개조 범위 제한 ◇ 호주 시민만 총기 면허 취득 가능 ◇ 총기 및 관련 장비에 대한 세관 규제를 강화 등이다.
앨버니지 총리와 지역 지도자들은 등록되지 않은 총기를 처벌 없이 반납할 수 있도록 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가해자 중 아들이 2019년 이미 호주보안정보기구(ASIO)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라고 밝혔다. 호주 ABC 방송은 그가 시드니에 기반을 둔 이슬람국가(IS) 테러 조직과의 밀접한 연관성 때문에 조사 대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총기 논쟁과 비교
호주의 총기 규제 논의는 총기 소유권을 둘러싼 미국의 논쟁과 비교된다.
포트아서 사건 당시 총리였던 존 하워드는 2016년 A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덜 엄격한 총기 규제를 언급하며 “총기가 쉽게 구해질수록 학살은 피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호주가 미국의 길을 따라가지 않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강력한 총기 규제는 호주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 호주연구소가 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는 총기법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완화를 원하는 비율은 6%에 불과했다.
이번 총격 사건 이후, 호주의 총기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다시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