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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우리가 만든 불완전한 통계일 뿐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세상에 공개된 지 3년이 지나며 이른바 'AI 대중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후 AI 기술은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글로벌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AI 개발과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기술에 대한 기대가 커질수록 그 이면에서는 'AI 거품론'이라는 문제의식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성과와 수익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AI를 둘러싼 논쟁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AI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수익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지적하며 AI 투자 과열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다수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AI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강조하며 거품론에 반박해 왔다. 이러한 공방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AI 관련 종목의 변동성 역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AI 거품론에 힘을 싣는 책 『AI 버블이 온다』(윌북)가 출간됐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정보기술정책센터 소장과 연구원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AI를 둘러싼 과도한 기대와 낙관적 전망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저자들은 "우리는 기술을 사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환상을 사고 있다"고 지적하며, AI에 덧씌워진 장밋빛 미래상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자들은 AI를 '예측형 AI'와 '생성형 AI'로 구분해 분석한다. 이 가운데 예측형 AI에 대해서는 특히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한다. 채용, 범죄 예방, 의료 진단 등 사회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는 예측형 AI가 실제 현장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를 20세기 미국에서 유행했던 만병통치약 사기인 '뱀기름'에 비유하며, 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를 경계한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시카고에서 수백억 원을 들여 도입했지만 뚜렷한 범죄 예방 효과를 내지 못한 총기 탐지 시스템 '샷포스터', 동전 던지기와 유사한 정확도를 보였다는 미국 의료기업 '에픽'의 패혈증 예측 모델 등이 제시된다. 저자들은 인간 사회의 미래는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투입하더라도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생성형 AI에 대해서는 예측형 AI보다 상대적으로 활용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를 '진정한 지능'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률에 따라 그럴듯한 문장과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존재로, 저자들은 이를 '확률적 앵무새'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책은 단순한 기술 비관론에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들은 무분별한 낙관이나 전면적인 부정이 아닌, "실제로 작동하는 기술에 집중하고, 작동하지 않는 기술은 과감히 버려야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AI를 둘러싼 냉정한 평가와 선택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