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PC시장 1위 업체 휴렛 패커드(HP)가 PC사업 분사를 검토하고 스마트 기기 사업 포기를 선언하면서 향후 IT시장에 미칠 파장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웹OS 사업의 포기는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도태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며 향후 업계 재편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P가 PC사업과 함께 웹OS사업 포기를 선언하면서 이들 사업이 인수합병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어느 기업 하나 쉽게 나설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쏟아지고 있다.


HP의 PC사업 분사는 사실상 PC 시대의 종언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태블릿과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PC시장은 사실상 쇠락을 길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최근 올해 PC 시장 성장률을 7.1%에서 4.2%로 수정하면서, 급격하게 변화하는 PC시장의 판도를 대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1위 업체인 HP까지 PC사업에서 손을 떼는데, 과연 누가 분사한 HP 사업부에 관심을 두겠느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댄 올즈 개브리엘컨설팅그룹 애널리스트도 "(PC사업은) 이미 저성장, 저이윤 사업이 된데다 향후 변화 가능성도 없다"면서 "매각 대신 분사를 택한 것은 HP의 PC사업부를 살 의사와 그만큼의 자금을 가진 후보군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휴대전화 업체 팜을 인수하며 시작한 모바일 사업이 새로운 인수합병 대상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HP의 웹OS는 최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심기가 불편한 안드로이드 진영에는 분명히 구미가 당길만한 매물이다.


그러나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 간 경쟁이 날로 심화하는 상황에서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이 HP의 웹OS를 선뜻 떠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삼성과 LG[003550] 등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이 이미 안드로이드 외 제3의 OS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웹OS 인수에 대한 부담을 높이는 현실적인 요인 중 하나다.


현재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외에 자체 개발한 바다 OS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고 LG전자 역시 미고폰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구글 안드로이드가 모토로라 인수로 특허 분쟁에 대한 방어벽을 구축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의 양강 구도는 더욱 뚜렷해졌다는 점도 신규 투자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는 배경이다.


애플과 구글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신규 OS 사업자들에게 더 높아진 진입 장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7, 노키아의 심비안, 리서치 인 모션(RIM)의 블랙베리 등 글로벌 대형 기업들의 운영체제도 애플과 구글의 생태계 장벽을 넘지 못하고 고전하는 상황에서 잠재력만 믿고 웹OS를 인수하는 것은 지나친 모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웹OS는 아직까지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없어 그 누구도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치열한 경쟁에 더해 특허 분쟁까지 가세하면서 HP처럼 스스로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OS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웹OS의 매력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히 웹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 중인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등 예상 밖의 신규 사업자가 등장하면 HP의 웹OS는 iOS나 안드로이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되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