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은 구조적 이상이나 분명한 증상을 나타내기 전에 기능적으로 이상 징후를 곳곳에서 나타내지만 대부분 그것을 깨닫지 못할 뿐이다. 기능적 이상이 나타나고 시간이 더 흘러 구조적인 이상이 나타나야 그제서야 병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증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편차를 알아내는 것이 한의학의 장점이다.

예를 들자면 화산 폭발이 있기 전에 산 속의 연못이 갑자기 뜨거워지거나 땅의 균열이 생기는 것과 같다. 코피도 마찬가지다. 어떤 질병의 증상이란 내부의 균형이 깨진 것을 미리 알려주는 신호인 것이다. 가끔 환자들 중 이유 없이 코에서 자주 피가 나는 것을 별스럽지 않게 방치하다가 진료하며 혈압을 확인 해야겠다 싶어 확인 하면, 대부분 혈압이 높아 혈관에서 출혈이 일어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이런 증상을 평소 방치 해두거나 관리를 못하게 되는 경우 중풍으로 쓰러질 수 있음을 꼭 염두 해야만 한다.

어린아이의 잦은 코피도 큰 이상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잦은 코피, 안면의 창백, 지나친 허약 등이 동반 될 경우 혈소판 감소증, 또는 백혈병일 수도 있으므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한의학적으로 판단하자면 코피를 흘리는 원인은 크게 실증과 허증으로 구분한다. 실증의 경우는 호흡기 계통의 지나친 흥분이 콧속의 혈관을 팽창시키거나, 달고 기름진 음식, 매운 음식, 지나친 과음으로 인해 위장에 열이 쌓여 생길 수도 있다. 또한 근심, 화남, 감정 등에 지나쳐 기운이 위로 솟구쳐 혈관이 팽창될 수 도 있다.

코피는 간과 심장, 신장질환, 동맥경화증과 고혈압 등의 순환장애로 발생할 수 있다. 비타민 C, K의 결핍은 물론 약물중독도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가끔은 대상성 출혈로 월경 대신에 일어날 수 있고, 뇌일혈 대신으로 코피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원리에 입각하여 중풍의 가능성이 보일 때 필자는 미리 코 내부를 찔러 출혈시킴으로써 뇌혈관의 팽창을 줄여 중풍의 가능성을 줄여 준다.

코피의 예방 및 치료법

1. 코가 건조하고 혈관이 팽창하면 쉽게 코피가 나므로 습도를 조절해야 한다. 이때 가습기를 많이 사용하는데 너무 가까운 곳에서 사용하면 습기로 인해 체온이 떨어져 오히려 감기에 걸릴 수 있으므로 약간 먼 곳에서 조절하는 것이 좋다.

2. 무거운 짐을 들게 되면 순간적으로 코 혈관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쉽게 코피를 흘리므로 조심해야 한다.

3. 코 딱지나 코털을 뽑게 되면 혈관에 자극이 오므로 꿀을 바르거나 알로에 액 또는 선인장 즙을 발라 코딱지를 연화시켜 제거하도록 한다.

4. 양쪽 코를 한꺼번에 풀면 혈관에 많은 압력이 가해지므로 한쪽씩 풀어 압력을 줄여야 한다.

코에서 피가 나게 되면 쉽게 흥분하기 쉬운데 우선 안정을 찾는 게 중요하다. 흘러내리는 혈액을 삼키지 않게 내뱉도록 하거나, 얼음이나 차가운 수건으로 코 부분을 덮어 혈관을 수축시키는 응급 처방이 필요하다. 코피가 자주 나는 사람은 심장과 폐에 열을 생기게 하고 혈관을 흥분시키는 술, 담배, 커피, 등 매운 음식을 피해야 한다. 민간요법으로는 치자 열매를 물 같이 자주, 오랫동안 복용하면 얼굴 쪽에 모여있는 열이 내려가면서 출혈에도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체질의 실과 허를 잘 구분하여 전문의 지시 아래 치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