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은 단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고대 문서가 아니다. 신약성경의 첫 번째 기록물로 알려진 '마가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최초로 서술한 이야기 책이다. 그런데 저자 마가는 이 기록을 '복음'이라 부른다. 이는 단순한 종교적 진술이 아니다. 그는 이 이야기 자체가, 그리고 그 이야기를 마주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변화되어야만 참된 좋은 소식이 된다고 말한다. 

신간 <마가복음, 삶으로 읽다>는 바로 마가복음을 깊이 읽으며, 그 속에서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여정으로 초대한다. 저자 한기채 목사(중앙성결교회 담임)는 단순히 성경 본문을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 스스로가 예수님의 이야기와 자신의 삶을 교차시키도록 돕는다. "예수님의 거대한 이야기와 우리의 작은 이야기가 만나면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더 잘 볼 수 있다"는 책의 서문처럼, 이 책은 삶의 중심에 '복음'이 다시 불붙도록 부르는 선지자와도 같다. 

책의 중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마가복음은 지나간 역사를 기록한 문서가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선언이며, 오늘 내 삶에도 '복음의 시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 제자들과의 만남, 그리고 십자가를 향한 여정은 오늘 그리스도인의 삶과도 깊은 공명을 이룬다. 병을 고친 무리들, 떡을 얻어먹던 군중들, 산상에서 기적을 보았던 자들 가운데서도, 진정한 제자의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책은 독자들에게 질문한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군중 속에 안주하고 있는가, 아니면 예수님의 발걸음을 좇는 제자의 길 위에 있는가? 

저자는 마가복음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신앙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진단한다. 믿음은 교회 안에서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증명되어야 하며, 기도 없이는 능력도 없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기도는 하나님과 악수하는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선언은 신앙생활의 본질을 새롭게 생각하게 만든다. 아울러 그리스도인 삶 속에 드리운 수많은 '돌들', 불안, 의심, 유혹, 절망, 미움, 사망의 그림자까지 모두 부활의 주님 앞에서 굴러갈 수 있음을 강조하며, 복음은 단지 위로가 아닌 실질적 능력임을 확신케 한다. 

<마가복음, 삶으로 읽다>는 단지 성경공부 교재가 아니다. 이 책은 마가복음의 생생한 문맥 속에 독자를 깊숙이 이끌며, 성경의 말씀을 오늘의 질문과 고뇌로 끌어내어 우리의 내면을 흔든다. 그것은 마치 예수 그리스도의 산상 변화 사건 이후, 베드로가 머물고 싶다며 산 위에 초막을 짓자, 예수 그리스도가 말없이 산 아래로 내려간 모습처럼, 진짜 믿음이란 산 위의 감격보다 산 아래의 삶에서 입증된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한다. 

특히 책은 예수 그리스도의 순종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곧 '십자가를 지는 삶'임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기도, 그 기도를 살아내는 것이 곧 신앙의 정수이며, 그리스도인 각자에게 주어진 십자가의 형태이기도 하다. 신앙은 결국 내 욕망, 내 계획, 내 자랑을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 중심의 삶으로 나아가는 결단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부활의 능력으로 그리스도인의 삶에 돌처럼 놓인 모든 절망과 고통이 굴러가고, 다시금 생명의 바람이 그리스도인의 삶을 덮기를 기도한다. 예수님의 부활은 단지 2000년 전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 내 삶에 적용되어야 할 현실이며, 복음은 그 변화를 가능케 하는 실제적 능력이라는 선언으로 책은 끝을 맺는다. 

<마가복음, 삶으로 읽다>는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신앙을 다시 살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한 장, 한 단락을 읽을 때마다 질문하게 된다. "나는 지금 복음 속에 살고 있는가?" 이 질문은 불편하지만, 동시에 복된 질문이다. 마가의 기록처럼 오늘도 복음은 시작될 수 있다. 바로 이 책을 통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