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놀라운 속도로 세상을 재편하고 있는 가운데, 기술 분야의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 강력한 기술이 신앙, 노동, 인간관계를 어떻게 재정의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을 함께 나누기 위해 전 세계 30개국, 100여 개 기관에서 5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 교외에 위치한 원커뮤니티교회 플래이노 캠퍼스에 모였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매진을 기록한 ‘미셔널 AI 2025(Missional AI 2025)’ 정상회의가 “AI 충돌: 함께 미래를 형성하다(AI Collision — Shaping the Future Together)”라는 주제로 3일간 열렸다고 11일(현지시작) 보도했다.

CP는 이번 회의가 AI 전문가, 교회 지도자, 선교 사역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윤리적 AI, 신학과 기술, 교회에서의 AI 활용 가능성 등을 논의하며 AI가 ‘하나님 나라(Kingdom)’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을 탐구하는 자리가 됐다고 밝혔다.

연사로는 인텔 전 CEO이자 Gloo 회장인 팻 겔싱어(Pat Gelsinger), 바나그룹 CEO 데이비드 키너먼(David Kinnaman), 그리고 구글 딥마인드, 메타의 NLLB AI 부문, 맥킨지, 마스터웍스, 드라마 ‘더 초즌(The Chosen)’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기조연설과 분과 세션에서는 자율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시스템인 ‘에이전틱 AI(agentic AI)’와 같은 최신 기술 트렌드부터 블록체인 기반의 인터넷 ‘웹3(Web3)’를 활용한 미래 선교 전략까지 폭넓은 주제가 다뤄졌다.

특히 ‘데이터의 향기: AI를 통한 성경 번역 사역의 비옥화(The Sweet Smell of Data: Fertilizing the Work of Bible Translators with AI)’라는 패널 세션에서는 성경 번역에 있어 AI의 역할을 집중 조명했다. 개발자 다니엘 윌슨(Daniel Wilson)과 제이컵 불록(Jacob Bullock)은 AI를 인간 번역팀을 모사하는 ‘지원 도구’로 설명하며, AI가 번역 과정의 반복적 업무를 줄여 주되 핵심은 여전히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불록은 “AI는 단순한 반복 작업을 보조해 사람들의 시간을 절약해준다. 본질적으로 성령의 인도하심 아래에서 언어 공동체와 번역자가 중심이 되는 작업이며, 우리는 그 과정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인터넷이 없거나 보안 문제가 있는 지역에서도 AI를 활용한 성경 번역이 가능한 XRI의 오프라인 AI 기기와 같은 혁신 기술도 소개됐다. 윌슨은 “성경 번역이 필요한 지역 중에는 인터넷이 없거나 정부가 이를 탐지해 억제하는 지역도 많다”며 “이 장비는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 딥마인드 연구원 리처드 장(Richard Zhang)은 기조연설에서 AI 개발자이자 기독교인으로서 AI 발전을 신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 통찰을 나눴다. 그는 AI가 인간과 기계, 생명과 죽음의 경계를 흐림으로써 오히려 인간의 본성과 신앙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장 연구원은 “AI는 인간이 아니던 부분을 드러내며, 인간의 사고 능력이 기술로 대체되는 시대에 우리는 더욱 하나님께 절박하게 나아가게 될 것”이라며 “지성이 값싸지는 시대, 우리는 오히려 예수님을 더 깊이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AI가 도덕적 경계를 넘을 경우 인간의 오만함을 조장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AI를 통해 불멸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며 “이 모든 갈망은 결국 ‘거룩함’에 대한 인간의 깊은 갈망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미셔널 AI 2025(Missional AI 2025)’ 정상회의
(Photo : missional.ai) 미셔널 AI 2025(Missional AI 2025)’ 정상회의

 

한편, 댈러스신학교의 존 다이어(John Dyer) 박사는 신학자 관점에서 기술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기술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은 우리를 형성하는 도구”라며 “도구 사용은 창세기의 창조명령에도 포함된 인간의 본연적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어 박사는 AI가 공감능력을 갖추었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AI와의 대화가 사람들에게 실제로 ‘경청받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30분 동안 비판 없이 들어줄 사람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며 “AI보다 더 잘 듣는 인간이 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반문화적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호수아 8장 1절을 인용하며 “기술을 다시 하나님의 선한 선물로 회복시키자”라고 말했다.

미셔널 AI 2025(Missional AI 2024)’ 정상회의
(Photo : missional.ai) 미셔널 AI 2025(Missional AI 2024)’ 정상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