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왜 나는 설교 준비가 늘 이렇게 버거울까?" 하루에 수차례, 일주일에 수차례 강단에 서야 하는 목회자에게 설교는 사역의 중심이자 끊임없는 고민의 원천이다. 설교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정작 그로 인해 무너져가는 자신을 발견할 때, 목회자는 절박하게 해답을 찾는다.
김은동 목사(서울 함께하는교회)의 신간 <설교,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라>는 그 절박함에 대한 응답이다. 이 책은 책상 위 논문에서 태어난 연구물이 아니라, 22년간 매주 5~6번씩 강단에 서 온 저자의 땀과 탄식, 실패와 깨달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현장형 설교 안내서다.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설교에 눌리고, 번아웃을 겪으면서도 계속 설교했던 한 목회자의 진솔한 고백과 실천적 조언이 담겨 있다.
설교는 잘해야 하지만, '너무' 잘하려 하지 말라
"설교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목회를 어렵게 만든다." 저자는 책 전반에서 반복해서 이 메시지를 강조한다. 설교를 잘하려는 열정이 오히려 사역의 다른 부분을 갉아먹고, 설교의 질조차 떨어뜨릴 수 있음을 그는 자신이 겪은 실패담을 통해 증언한다.
책은 '박 목사'와 '김 목사'의 대화체 구성으로 진행된다. 박 목사는 담임목회를 시작한 지 1년이 된 후배 목회자이며, 김 목사는 오랜 경험을 가진 선배 목회자다. 이들 사이의 문답은 실제 목회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질문과 응답처럼 생생하며, 독자 스스로 자신의 상황에 자연스럽게 이입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박 목사가 "설교에 자신이 없습니다"라고 털어놓으면, 김 목사는 "설교를 너무 잘하려 하지 말게"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조심스럽고도 정직하게 풀어낸다. 설교에 매몰되면 다른 사역을 소홀히 하게 되고, 표절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으며, 심할 경우 번아웃으로 인해 사역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다.
설교 준비는 '시간 싸움'이다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설교 부담을 줄였던 가장 큰 전환점으로 '설교 준비의 시점'을 바꾼 것을 꼽는다. 과거에는 토요일까지 미루다가 밤을 새우기 일쑤였지만, 점차 준비를 주초로, 심지어는 일주일 전으로 당기면서 삶에 여유가 생기고, 설교도 훨씬 자연스러워졌다고 고백한다. "하루라도 더 미리 준비하면 그만큼 압박이 줄어든다"는 그의 조언은 단순하지만, 실제 사역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실전 팁이 된다.
강단 위 설교보다 먼저 자기 자신에게 설교하라
책의 또 다른 중요한 주제는 설교자의 자기 적용이다. 김 목사는 "설교자는 청중에게 말씀을 전하기에 앞서, 그 말씀을 자신에게 먼저 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울이 고린도전서 9장 27절에서 "내가 남에게 전파한 후에 자신이 도리어 버림을 당할까 두려워함이로다"라고 했던 그 고백처럼, 설교자는 먼저 말씀 앞에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설교 기술을 넘어 설교자의 영적 자세와 정체성에 관한 통찰이다.
새벽기도회 설교, 어떻게 해야 할까?
책에서는 새벽기도회 설교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새벽 설교는 본문이 짧아도 괜찮습니다. 길면 부담입니다. 기도하러 오는 자리인 만큼 15분 이내로 짧고 명확하게 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자는 새벽기도 설교 역시 계획이 있어야 하며, 성도들이 기대하는 것과 설교자가 준비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묵상집 내용을 그대로 설교하지 말고, 성도들에게 개인 큐티용으로 권장하라"는 조언은 목회 현장에서 흔히 범할 수 있는 실수를 짚어준다.
설교에 만족하는 법, 비교하지 않는 법
설교자에게 만족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완벽한 설교는 없다. 하지만 내가 준비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설교에 대한 불만족이 주로 "다른 설교자와의 비교에서 온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자신의 음성과 방식으로 전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과정에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다는 믿음을 가질 것." 이것이 저자가 제안하는 건강한 설교자의 자세다.
이 책이 필요한 독자들은 담임목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임 목회자, 설교 준비에 매번 부담을 느끼는 사역자, 설교와 목회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는 리더, 강단에 서는 일이 점점 고통이 되는 설교자들에게 추천된다.
저자는 "설교가 짐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설교에서 자유를 얻었습니다. 완벽한 설교가 아니라 정직한 설교를 추구하면서 말입니다. 이 책은 그런 여정을 담은 고백입니다. 설교의 무게에 눌린 많은 동역자들이 조금이나마 숨을 돌리기를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