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내란의 수괴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첫 형사재판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령이 수 시간 만에 해제됐으며, 이는 군정 실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 평화적 대국민 메시지였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헌법기관의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계엄을 사전에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며 내란 수괴 혐의를 적용했다. 

◈법정에서 직접 혐의 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4일 오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수괴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은 양복과 붉은 넥타이를 착용하고 법정에 출석했으며, 42분간 직접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활용해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몇 시간 만에 비폭력적으로 수용해 해제했는데, 이를 내란으로 규정하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는다"며, 계엄 선포가 군정 실시를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총기 사용 금지 지침을 내렸고, 군의 출동도 없었다"며 "이는 철저히 평화적 성격의 계엄이었다"고 주장했다. 

◈계엄 목적 두고 공방 

윤 전 대통령은 계엄령을 과거 군사정부의 쿠데타와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은 법적 판단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수사기관의 유도에 따라 작성된 진술이 검증 없이 공소장에 반영됐다고 비판하며, 일부 진술의 왜곡 가능성을 지적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3~4월 대통령 관저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계엄 선포를 사전 모의했으며, 이는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국가기관의 권한을 차단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밝혔다. 당시 김 전 장관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한 것도 계엄 준비의 일환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찬규 부장검사를 포함한 검찰 측은 1시간 넘게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강압해 기능을 정지시키려 했으며, 비상입법기구를 별도로 창설해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차단하려 했다고 밝혔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 직후 주요 정치인 체포, 국회 봉쇄, 선관위 점거 및 서버 반출 등의 구체적 실행계획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헌정 질서 훼손 의도 여부 쟁점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인식하고, 이를 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한남동 공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노동, 언론 등 반국가세력 때문에 나라가 어렵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는 계엄 해제 이후 추가 군 투입 검토,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신원을 '전직 대통령'으로 확인했으며, 그는 주소지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로 진술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48분께 서울중앙지법 지하주차장을 통해 비공개로 입정했다. 이는 대통령경호처의 경호 요청에 따라 재판부가 허가한 조치였다. 재판부는 언론사의 법정 촬영 요청이 늦게 접수된 점을 들어 촬영 불허 방침을 밝히며, 추후 신청 시 피고인 의견을 받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공판은 오전 11시 59분에 잠시 휴정됐으며, 오후 2시 15분부터 속개됐다. 검찰 측은 이날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중령)을 증인으로 신청해 증인신문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