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권사호칭에 대한 논란으로 교단 탈퇴 입장을 표명했던 100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가 지난 16일 교단 기소위원회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이후 심경을 지난 주일(19일) 설교를 통해 성도들에게 전했다.

앞서 이재철 목사는 사안을 두고 갈등이 심해지자 지난 달 10일 정관을 수정했으나 통합 서울서노회(노회장 차광호 목사)는 열흘 뒤인 22일 교단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이 목사를 고발했다. 결국 이 목사는 29일 총회 앞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교단 자진 탈퇴 입장을 전달했지만 기소 절차는 그대로 진행됐다.

16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기소위원회에 출석한 이 목사는 객관적인 내용의 질문에 ‘예’, ‘아니오’의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형식으로 조사를 받았으며 소요된 시간은 채 10분도 되지 않았다. 조사 이후 이 목사는 조사위원들에게 “개인적으로 잠시 말씀드리겠다”며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장로교 목사가 타 교단 교회 목회한다고 위법인가”
“탈퇴는 교단과 교회, 100주년사업회 모두 위한 것”

▲ 이재철 목사



이 목사는 “이번 문제의 핵심은 독립교회인 100주년기념교회가 장로권사호칭제를 실시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장로교 소속의 목사가 장로교에 소속되어 있지 않는 교회를 목회하는 것이 과연 위법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예를 들어 장로교 목사가 침례교회의 청빙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라. 본래 장로제를 인정하지 않는 침례교회에서도 이미 호칭장로제를 실시하고 있지 않는가”라며 “그 경우 장로교 소속 목사가 호칭장로제를 실시하는 침례교회를 목회한다고 해서 그것이 장로교의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100주년기념교회는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가 한국연합교회의 형태로 초교파적 독립교회로 세웠다. 따라서 특정 교단의 헌법을 따를 수 없는 100주년기념교회는 자체 정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독립교회이므로 장로교의 노회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목사는 “장로교 헌법과 어긋나는 것은 장로를 투표로 선출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밖에 없는데 그것을 이유로 독립교회인 100주년기념교회가 장로교 헌법을 어겼다고 제재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교단을 탈퇴하게 된 연유에 대해 이 목사는 “교단에 소속되어 있는 제가 독립교회인 100주년기념교회를 목회함으로 인해 교단이 불편해했고, 또 제가 특정교단 소속의 목사로서 독립교회인 100주년기념교회를 목회하는 것이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와 교회에 더 이상 걸림돌로 작용해서도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저의 탈퇴는 제가 사랑하는 교단과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 그리고 100주년기념교회를 모두 지킬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다”고 덧붙였다.

“‘독립교회’가 교단의 조치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앞으론 교단에서 출석 요구해도 응하지 않을 것”


교단 탈퇴 입장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위원회가 출석 요구서를 보내온 것에 대해 이 목사는 “처음에는 응하지 않으려 했으나 생각을 바꾸어 출석하기로 했다”며 그간의 섭섭함을 토로했다.

이 목사는 “첫째는 교단에 공식적으로 인사를 드리기 위함이었다”며 “그동안 교단이 양화진과 관련하여 교단지를 내세워 저를 부당하게 공박하면서도 교단의 어느 누구도 저를 불러 진실을 알아보려 한 분이 없었다. 이 자리를 빌려 교단에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목사는 “둘째로 제 진심을 전해드리기 위함”이라며 “교단에서는 교단의 관점으로 제가 목회하는 100주년기념교회의 장로권사호칭제가 교단헌법을 어겼다고 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독립교회인 100주년기념교회 교인들은 자신들과 관련도 없는 교단의 조치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장로교가 아닌 타 교단에서는 이 사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겠는가. 더욱이 믿지 않는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있겠는가. 저는 제가 사랑하는 교단이 이 사안과 관련하여 세월이 흐른 뒤에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이 말씀을 진심으로 드리고 싶어 이 자리에 출석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목사는 “지난 6월 26일자로 이미 교단을 탈퇴하였으므로, 앞으로는 또 다시 교단에서 출석을 요구해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가 비록 교단을 떠났지만, 제가 몸담았던 교단의 정신만은 계속 간직하고 살아가겠다. 앞으로 혹 길에서 만난다면 반갑게 인사 올리겠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마지막으로 “45년 동안 몸 담았던 교단에 대한 마지막 의무와 예의를 다하였다”며 “앞으로 저는 우리 교회가 소속되어 있는 독립교회연합회 소속의 목사로서, 주님께서 제게 주신 소명을 거두시기까지, 이 양화진 동산에서 모든 사람을 살리고 사랑해야 하는 양화진묘지기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저의 남은 신명을 다 바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