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한 달여 넘게 지속되며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반기독교 폭력사태에 반대하는 시위가 지난 주 열렸다. ‘평화와 연대(Peace and Solidarity)’를 주제로 열린 이 시위는 종파 간 연합시위로 진행됐다.

지난 2일(현지시각)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 거리는 오릿사 주와 인근 지역에서 과격 힌두세력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반기독교 폭동에 반대하는 1만5천여 명의 인파로 가득 메워졌다.

특별히 마하트마 간디의 139회 생일을 맞아 열리게 된 이번 시위에는 기독교뿐만이 아니라 힌두교, 이슬람교, 불교, 시크교 등 현지의 다양한 종파 지도자들과 교인들을 비롯해 정치 지도자들도 함께 했다. 이들은 20세기 초 비폭력저항운동으로 인도의 독립을 이끈 간디의 평화 정신이 최근의 반기독교 폭력사태로 훼손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전인도기독교협의회(AICC)에 따르면 인도의 평화운동가인 스와미 아그니베슈는 이날 시위에서 이번 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과격 힌두세력을 강력히 비판하며 “오릿사 주와 카르나타카 주, 마디야 프라데시 주와 이 나라의 다른 곳들에서 기독교인들을 죽이고 있는 자들은 마하트마 간디를 죽이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위에 참여한 슈리 랄루 프라사드 야데브 인도 철도국 장관은 연설에서 인도 국무총리와 만나 이번 사태의 해결을 논의하고, 기독교인들을 박해에서 보호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주정부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위는 인도에서 사회정의를 되찾는 수단 중 하나로 전통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다르나(Dharna: 단식시위)의 방식으로 지난 달 28일부터 진행됐으며, 종파 간 연합시위는 5일간의 일정 중 마지막 순서로 열렸다.

앞선 시위 일정 가운데는 사일라 딕싯 델리 주장관이 참석해 시위대에 깊은 연대감을 표시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지난 8월 24일부터 본격화된 이번 폭력사태는 인도의 독립 이래 최악의 폭력사태로 기록되고 있으며 인도복음주의협의회(EFI)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그 피해 상황이 지금껏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발표에 따르면 지난 달 29일 현재 오릿사 주 내에서 14개 지구가 피해를 입었으며, 이들 지구를 통틀어 총 57명의 사망자와 1만8천여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또한 3백여 마을이 파괴되고 4천3백여 가구가 불탔으며 이로 인해 5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한편 폭동이 오릿사 주를 넘어 인근 지역과 과격 힌두세력이 강한 남부 지역으로 확산돼 가면서 이들 지역의 피해 상황도 상당해 오릿사 주와 인접한 마디야 프라데시 주와 델리 주를 통틀어 교회 10여 곳이 습격을 받았다. 특히 지난 20일 폭동을 주도해 온 힌두 지도자가 검거되면서 이에 항의하는 폭동이 일었던 남부 지역에서도 카르나타카 주, 케랄라 주 등지에서 교회 습격 20여 건이 보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