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운동을 하러 체육관에 가면 사랑스런 아이와 만나곤 합니다. 바로 자폐증을 앓고 있는 기범이 입니다.

착하고 유머가 넘치는 행복한 부부 사이에서 하나님께서 유일하게 주신 아들입니다. 처음 북가주밀알단장으로 왔을 때 나의 마음 속에 기도대상 우선순위의 아이였습니다. 그러다가 사랑의교실을 1년 정도 쉬더니 어느때인가 풍성한 몸(?)을 가지고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몸이 많이 커진것까지는 좋았는데 여러모로 움직이는데 불편함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사랑의교실을 다시 다니면서 받는 교육과 부모님의 헌신적인 인도로 놀라운 변화들이 일어났습니다. 첫째는 영적으로 달라진 것이고, 둘째는 몰라보게 건강해진 것입니다. 기범이는 나를 볼 때마다 머리에 기도해 달라고 달려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사가 영성이 살아나는 것은 하나님을 향한 본인의 노력도 있어야겠지만, 성도님이 믿음으로 찾아와 주님의 능력을 간구할 때 목사의 영성이 성장하기도 합니다. 기범이가 내가 목사라는 것을 영혼 깊숙히 신뢰하니 나도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기범이를 위해 기도할 때 내 마음의 깊은 곳에서 뜨거운 주님의 사랑이 솟구쳐 오릅니다. 그런 기범이가 갑자기 살이 빠진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훈련의 결과입니다.

오늘 체육관에서 그의 새로운 도전이 너무도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동안 런닝 머신과 수영을 아빠, 엄마와 함께 중점적으로 연습하더니 오늘은 새로운 운동에 도전한 것입니다. 운동머신으로 된 '계단오르기' 입니다.

한발을 내딛고 다시 한발을 올리지 않으면 바닥으로 몸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좋던 싫던 떨어지지 않으려면 필사적으로 한 다리를 올려 계단을 힘껏 밟아야 합니다. 자폐의 특성상 새로운 것에 언제나 민감하고 두려워하는 기범인지라 한발 한발 내딛을 때 고통의 신음소리가 온 체육관을 울립니다. 그러자 내 옆에 운동하는 어른들이 무슨일인가 하고 쳐다보곤 합니다.

미소를 머금은 채 뒤에서 운동하고 있는 기범이를 쳐다보았습니다.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인지, 떨어지면 더 클나니까 살기 위해(?) 발을 내딛는 것인지 아무튼 기범이의 얼굴에는 송글송글 맺은 땀방울이 너무도 값져 보였습니다.

옆에서 함께 운동하는 어머니와 나는 기범이의 대견스러운 모습에 함께 웃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기범이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도전하는 가장 의미있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비록 그의 몸과 마음은 고통과 두려움, 힘겨움이 있지만 부모님의 마음은 아들이 대견스럽고 이쁘기만 한 것입니다. 그리고 운동 후에 건강해지고 성숙해가는 자식을 볼 때 보람과 기쁨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기범이가 이 운동을 왜,그리고 반드시 해야하는지를 다 알지는 못할 것 입니다. 그러나 부모님과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과 노력, 땀과 눈물이 없이는 성숙하고 건강한 기범이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홀로 남았을 때 자신과의 싸움에서, 그리고 세상을 헤쳐나가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금의 작은 과정은 몹시도 중요한 것입니다.

이 세상의 최후의 장애는 "자폐"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만큼 원인도 모르고, 치유방법도 없습니다. 100명의 자폐장애인이 있다면 100명의 증상이 다 다릅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수로 증가하는 장애이기도 합니다. 150명당 1명 꼴로 발생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그들 가운데는 천재성을 발휘하기도 하고, 노력 여하에 따라 비장애인과 함께 생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그들을 위한 최고의 목표는 혼자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로 키우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기범이가 인생의 계단을 힘껏 내딛을 때마다 부모님과 기범이의 앞날은 희망으로 가득찹니다. 피하고 싶고 벗어나고 싶은 일이지만, 오늘의 고통스런 훈련이 행복한 내일을 기약하는 열매가 될 것입니다.

기범이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과 한발 한발 내딛는 두 발이 마치 천국을 향해 희망을 내딛는 순례자의 힘찬 발걸음 같습니다. 기범아! 사랑해!~그리고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