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영국성공회 게이 성직자 커플이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데 대해 이는 “교회법 위반”이라고 영국성공회측이 입장을 밝혔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영국성공회 소속의 두 게이 성직자가 런던 성 바돌로메 성당에서 반지를 교환하고 맞절을 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결혼식에는 전통적인 결혼식과 같은 기도문과 찬송이 사용됐고 성찬식도 식순에 있었다.

파문이 전 세계성공회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성공회는 대변인 루 헨더슨(Henderson)을 통해 두 성직자의 결혼식은 “모든 점에서 볼 때 명백한 교회법의 위반”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영국은 현재 동성애자 커플의 권리를 시민 결합법에 의거해 인정하고 있지만, 영국성공회는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 간에’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성직자들의 동성 결합 축복도 교회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세계성공회 내의 동성애 논란은 2003년 미국성공회가 게이인 진 로빈슨(Robinson)을 주교에 임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동성 결합과 동성애자 성직자 임명 등 동성애를 어떻게 다룰지의 문제는 세계 8천만 성공회인들의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어 왔으며, 올해 여름 개최되는 성공회 최고 성직자 모임인 램버스 회의에서도 논의될 전망이다.

이번 일에 성공회 내 보수적인 지도자들은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마이클 스캇-조인트(Scott-Joynt) 영국성공회 윈체스터 주교는 두 게이 성직자의 결혼식이 성공회 내 전통적 결혼식과 같은 형식으로 치러진 데 대해 “교회법을 완전히 우롱하려 한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평소 동성애에 강력히 반대해 온 앙리 오롱비(Orombi) 우간다 대주교는 이를 “신성모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영국성공회 지도자들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여기까지 와 버렸다. 그들이 전통적 가르침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영국성공회에 대한 존경심은 점차 소멸되어 버릴 것이다”고 엄중한 대처를 촉구했다.

한편 영국성공회는 결혼식을 올린 두 게이 성직자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결혼식이 치러지고 있을 동안 리차드 샤르트르(Chartres) 런던 주교는 교구 내에 있지 않았다고 교구 사무실측은 전했다.

손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