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한 대선 정국일수록 국민은 후보자를 바르게 선택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12명 후보가 무더기로 출마한 올해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진흙탕 정치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대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있는 현재 기독교인도 혼란한 대선 정국을 우려하면서 후보자 선택에 고심하고 있다. 저마다 경제·복지·일자리 등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인간 기본권에 대한 후보자 기본적 인식을 나타내주는 바로미터가 바로 북한 인권에 관한 정책일 것이다.

같은 피를 나눈 북녘 동포는 지금도 종교 자유를 갖지 못한 채 고통 받고 있다. 집회·결사 자유가 허락되지 않아 자유로운 의사표현도 못한 채 인권이 말살되는 고통을 속으로 삼켜야만 한다. 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북한 동포의 고통을 호소하는 움직임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탈북자 출신 예술인으로 구성된 평양예술단(단장 마영애)은 지난 6일 워싱턴 주미 중국대사관 앞에서 북한 인권 유린을 규탄하고 중국 정부 탈북자 송환 즉각 중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탈북자가 한국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다 못해 미국까지 건너가 동포의 자유를 위해 울부짖었다.

앞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 ‘완전통제구역’에서 태어나 정치범수용소 출생자로는 최초로 탈북에 성공했던 신동혁(25) 씨는 윌스트리트 저널 기고를 통해 수용소 참상을 알리며 탈출하던 자신 가족의 처형장면을 강제로 목격한 경험을 전하면서 이들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신 씨가 밝힌 가족 공개처형 장면 강제 목격 경험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그가 전한 북한 수용소 수감자는 지금도 지능과 감정이 없는 짐승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 북한 인권단체 ‘좋은벗들’은 북한 당국 공개 처형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7차례나 있었다고 고발했다. 이 단체는 서울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 북한인권 보고서 발표회에서 2006-2007년 북한 당국 검열 일지를 공개하면서 이 같이 전했고 검열 일지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달 초에 평남 순천경기장에서 주민 15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돌가공 공장 지배인을 공개처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보고가 전해지는 가운데 북한인권단체연합회가 주요 대선후보의 북한 인권 개선 의지에 대한 평가를 내려 주목된다. 이 단체의 질의에 대한 각 후보 답변을 짧게 정리한다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이회창 후보 (무소속) ‘적극적’, 이인제 민주당 후보 ‘미온적’,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관심 없음’,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편향적’ 등으로 나타났다.

북한인권단체연합회가 대선후보에게 보낸 질문은 북한 정치범 수용소 등 비인도주의적 제도, UN 대북인권결의안 한국 기권,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중국정부 탈북자 강제 북송 등에 관련해 입장을 묻는 내용이었다. 이 자료에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는 질의에 ‘성실히’ 답변했으며 이인제 후보와 권영길 후보는 이미 작성된 공약을 프린트해서 보내는 무성의함을 보였다. 정동영 후보는 수차례 연락과 요청에도 불구하고 응답치 않아 아예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고 문국현 후보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성실히 답변에 응했던 이명박 후보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면서 북한과 불편한 관계가 생기더라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회창 후보 역시 국제기구와 긴밀히 연대하겠다며 대북지원과 인권문제를 연계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동영 후보는 답변을 일절 거부해 정략적 이유로 북한인권문제를 외면하는 노무현 정부와 입장이 다르지 않을 것으로 평가를 받았고 정략 자료를 보내주는 성의를 보였지만 권영길 후보, 이인제 후보, 문국현 후보 등은 평화를 위해 인권에 침묵하자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간주됐다.

북한 동포는 자아가 존재하는 기반이 되는 종교가 허용되지 않은 채 인간 이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북한인권 문제 안에는 종교자유 문제도 포함된다. 무시무시한 감시 체제 아래에서 몰래 성경을 보면서 신앙을 지켜나가는 성도 중 간혹 발각돼 정치범 수용소에 갇히거나 공개처형을 당한 사례는 그동안 탈북자나 인권단체 등 소식통을 통해 들어왔다. 지금 교회는 북한 종교자유를 말할 때다. 그동안 교회는 열심히 기도로서 이것을 위해 간구해 왔고 지금은 사회적 참여로써 실천할 때가 왔다. 하나님과 천부인권을 외면하는 후보는 인간이 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 또한 존중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나의 나라와 나의 민족, 나의 신앙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