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빚은 '삼위일체'... 하얀 장미에 담긴 연합의 신비

작가노트 | 크리스틴 송, <하얀 장미의 신비>

크리스틴 송 作, <하얀 장미의 신비>. 수많은 장미 유니트가 모여 하나의 드레스 형상을 이루며 연합의 가치를 드러낸다.
크리스틴 송 作, <하얀 장미의 신비>. 수많은 장미 유니트가 모여 하나의 드레스 형상을 이루며 연합의 가치를 드러낸다.

[삼위일체의 형상화: 셋이 하나가 되는 신비] 하나님께서 한 본질 안에서 세 위격으로 존재하신다는 신비를 머리가 아닌 손끝으로 체험하고자 했다. 그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하얀 장미'다. 흙을 반죽하고 형태를 만드는 과정은 단순한 조형 활동이 아니었다. 하나의 원을 균일하게 세 등분하여 장미를 만드는 과정은 성부, 성자, 성령께서 한 본질로 연합되신 신비를 시각적으로 증거하는 작업이었다 

 

하얀 장미의 질감이 잘 보이도록 하여 ‘성찬과 부활’의 의미를 시각적 처리.,
 크리스틴 송 作, <하얀 장미의 신비> 하얀 장미의 질감이 잘 보이도록 하여 ‘성찬과 부활’의 의미를 시각적 처리.,

[고통의 묵상: 찔림을 통해 만난 십자가] 하얀 장미는 십자가에서 피 흘리신 예수님의 순결과 희생을 상징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장미들이 귀걸이의 단위 구조로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캔버스에 이 귀걸이 핀을 꽂으며 손가락이 찔리고 피가 나는 고통을 겪었다. 그 작은 아픔 속에서 나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고통을 떠올렸고, 그분의 사랑에 깊이 동참하게 되었다. 

[가치의 확장: 유니트(Unit)에서 유니티(Unity)로] 이 작업은 '연합(Unity)'이 만들어내는 가치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개별 귀걸이 한 쌍은 합리적인 가격의 오브제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되었을 때 그 가치는 단순한 합(Sum)을 넘어선다. 삼위일체 하나님과 우리가 맺는 연합 또한 이와 같다. 개별적 신앙이 공동체 안에서 하나 될 때 비로소 더 큰 메시지와 힘을 드러낸다. 

 

하나의 원을 셋으로 나누어 장미를 빚는 과정. 삼위일체의 형상을 흙으로 빚어내는 신학적 묵상의 시간
크리스틴 송 作, <하얀 장미의 신비3> 하나의 원을 셋으로 나누어 장미를 빚는 과정. 삼위일체의 형상을 흙으로 빚어내는 신학적 묵상의 시간

[성찬과 부활: 흙이 금으로 변하는 시간] 작품의 포인트가 되는 금빛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성찬의 포도주이자 부활의 영광을 의미한다. 가마 속 3차 소성 과정에서 붉은색이 찬란한 금빛으로 변화하는 순간, 나는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부활의 빛을 보았다. 흙과 불, 그리고 작가의 손길이 만나 탄생한 이 작품은 신학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피어난 나의 신앙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