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샤 왕조를 무너뜨리고 루홀라 호메이니(Ruhollah Khomeini) 초대 최고지도자 아래 신정 체제를 수립한 혁명 47주년을 맞아 대규모 기념 행사를 최근 열었다. 이번 행사 역시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적대적 구호와 퍼포먼스로 가득했으며, 동시에 최근 반정부 시위와 정치적 불안 속에서 체제 결속을 강조하는 자리로 활용됐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올해 집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장면은 성경에 등장하는 고대 가나안 신 바알의 조각상을 불태운 일이었다. 동상에는 이스라엘 국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초상, 다윗의 별이 새겨져 있었으며, 이는 성경 속 이스라엘인들이 싸웠던 신을 현대 이스라엘 국가와 연결시키려는 의도로 보였다. 동상은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 속에 불태워졌다.
행사장에는 도널드 트럼프,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사우디 왕세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을 '배후를 조종하는 신'과 함께 묘사한 포스터도 등장했다. 이 밖에도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짓밟는 퍼포먼스, 미군 고위 지휘관들의 모의 관 전시, 지난해 격추된 이스라엘 드론 전시 등이 이어졌다.
정권은 다양한 미사일을 전시하며 군사력을 과시했고, 미국과의 긴장 고조 속에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 IRGC 쿠드스군 사령관 이스마일 카아니, 의회 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군 수뇌부 인사들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당국은 노동자들에게 행사 참석을 강요하며, 불참 시 임금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권이 이번 기념 행사를 체제 결속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설에 나선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대통령은 최근 반정부 시위 진압으로 수만 명이 희생됐다는 비판 속에서 "우리는 국민 앞에서 부끄럽다. 피해를 입은 모든 이들을 섬길 의무가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돼 있으며, 국민과 맞서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개혁운동 인사들의 체포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그가 상대적으로 화해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정권 내부의 강경 노선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 협상과 관련해 페제시키안은 "이란은 핵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미국과 유럽의 불신이 협상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웃 국가들과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화에 전폭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교·안보 정책의 실권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와 국가안전보장회의 의장 알리 샴카니(Ali Shamkhani)에게 있다.
샴카니는 이날 연설에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협상을 거부하며 "미국의 위협과 병행하는 협상은 미국의 전형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쟁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며, 이 지역의 특성상 어떤 대립도 군사적 차원을 넘어 전 세계적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너지 자원과 지정학적 요인을 고려할 때, 긴장 고조는 세계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