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장미의 신비 - 예수님의 사랑과 연합 이야기
크리스틴 송, <하얀 장미의 신비>



하얀 장미의 신비 - 예수님의 사랑과 연합 이야기
작가노트 | 크리스틴 송
조직신학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교리를 배우며, 나는 하나님께서 한 본질 안에서 세 위격으로 존재하신다는 신비를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삶과 작품 속에서 체험하고자 마음을 기울였습니다.
이 신앙적 질문은 나를 도자기 작품으로 이끌었고, 그 중심에는 하얀 장미가 있었습니다.하얀 장미는 나의 작품에서 십자가에서 피 흘리신 예수님의 순결과 희생, 사랑을 상징합니다.그 한 송이 꽃은 단지 아름다움을 넘어서 예수님이 흘리신 피로 우리에게 주신 생명을 말합니다.이 하얀 장미 형태는 귀걸이의 단위 구조로 제작되었고, 나는 그 귀걸이를 귀걸이 핀으로 캠퍼스 곳곳에 부착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은 단순한 설치가 아니었습니다.
귀걸이 핀에 여러 번 손가락을 찔리고, 피가 나고, 딱지가 생기는 동안 나는 머릿속으로 십자가에 손이 못 박히신 예수님의 고통을 떠올렸습니다. 이 작은 체험은 십자가의 사랑과 고통에 동참하는 순간이었고, 그 시간을 통해 나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더 깊이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나에게 참으로 큰 의미의 신앙적 체험이었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경험은 작업의 '가치(value)'가 어떻게 생성되고 확장되는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각각의 귀걸이 한 쌍은 우리가 일상에서 부담 없이 소유할 수 있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의 오브제였다. 그러나 이 하얀 장미들이 캠퍼스 공간 안에서 여러 개의 '유니트(unit)'로 반복 배치되었을 때, 작품의 가치는 더 이상 하나의 귀걸이 가격으로 읽히지 않았다.
이 작품의 전체 가치는 '귀걸이 한 쌍의 가격 × 장미의 개수'라는 아주 단순한 구조로 형성되었지만, 그 결과는 단순한 산술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개별로 존재할 때는 쉽게 소유할 수 있는 가치가, 함께 모일 때 하나의 '유니티(Unity)'가 되며완전히 다른 차원의 가치로 확장된 것이다. 이 경험은 나에게 '연합이 만들어내는 가치'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주었다. 유니트는 혼자일 때도 의미 있지만, 유니티가 될 때 비로소 더 큰 메시지와 힘을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 여러 개의 장미 유니트가 하나의 유니티로 작동하듯, 삼위일체 하나님과 우리가 맺는 연합 또한 개별적 신앙을 넘어 공동체적이며 실제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 작업은 단지 여러 조각이 모인 설치가 아니라, 연합 그 자체가 어떻게 가치를 증폭시키는가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신앙의 구조이자 고백이 되었다.
작품을 빚는 과정 자체도 성찬의 이미지와 함께 구원의 흐름을 묵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반죽하고 형태를 만들어 가는 손길 하나하나가 단순한 조형적 행위가 아니라 성찬식(Eucharist)의 빵과 포도주가 지닌 구속적 의미와 깊이 이어졌습니다. 성찬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역 - 성부의 계획, 성자의 희생, 성령의 적용-이 우리 삶 속에서 펼쳐지는 은혜의 자리입니다. 특히 하얀 장미를 구성할 때 하나의 원을 균일하게 세 등분한 구조는 단순한 조형적 판단이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의 존재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 되었습니다. 하나의 원을 균등한 세 부분으로 나누었을 때, 각 부분은 독립된 형태이면서 하나의 전체로 통합됩니다.
이 모습은 세 위격 하나님이 한 본질로 연합되신 신비를 말없이 증거합니다.작품에 더한 금빛 포인트는 단지 장식이 아닙니다. 그 금색은 포도주의 상징이자 부활의 빛과 영광을 의미합니다. 3차 소성 과정에서 붉은 색이 금으로 변화하는 순간은 마치 부활의 빛이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듯 내 마음을 울렸습니다. 불 속에서 변화하는 흙과 유약의 물질적 변형은 죽음을 지나 영광으로 나아가신 그리스도의 신비로운 여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내 작품 속에서 삼위일체의 개념은 단순한 기호나 상징에 머물지 않고 형태, 체험, 과정, 색채, 빛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신앙의 고백으로 드러났습니다. 성부의 창조적 계획 안에서 빚어진 형태, 십자가에서 흘리신 사랑을 상징하는 하얀 장미의 중심, 나의 작은 체험을 통해 더 깊어진 묵상, 그리고 성령의 불로 완성되는 금빛의 빛남이 한 조형적 사건 속에서 은혜롭게 통합됩니다. 이 작업은 나의 신앙 인식이 조형적 실천으로 확장된 결과이며, 신학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며 탄생한 나만의 신앙적 표현입니다.

작가 <크리스틴 송>은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작가로, 도자기와 회화, 섬유를 아우르는 믹스드 미디어 작업을 통해 형태 자체가 하나의 언어가 되는 예술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는 문법적으로 완전한 문장이 아니더라도, 조형과 구조만으로도 의미가 전달될 수 있는 조형 언어를 구축해 나가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하나님의 말씀이 글이나 설교의 형태뿐 아니라 이미지와 오브제, 공간과 경험을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전달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예술을 하나의 소통 통로로 삼아, 관람자가 각자의 삶의 언어로 신앙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해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또한 그의 작업은 대중성과 예술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상태를 지향한다.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높은 완성도와 깊은 의미를 지닌 작업을 목표로 한다. 이는 작품이 삶의 언어로 소통하면서도 본질적인 가치를 잃지 않기를 바라는 태도이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 인간이시면서 동시에 참 하나님이셨던 존재 방식에서 영감을 받은 개념이기도 하다. 작가는 작품 하나하나가 사람들과의 소통이 되고, 그 소통들이 쌓여 더 큰 메시지와 힘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 그의 작업은 그렇게 모인 작은 유니티들이 하나의 큰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현재 미국 아이오와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예술과 신앙, 삶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창작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