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리스.
(Photo : linkedin.com/in/christopher-l-reese/) 크리스토퍼 리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크리스토퍼 리스의 기고글인 ‘도덕은 상대적인가?’(Is morality relative?)를 8일 게재했다.

크리스토퍼 리스는 The Worldview Bulletin의 창립자이자 편집자 그리고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오늘날 서구 세계에서는 도덕이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도덕이 객관적인 실재에 근거하지 않고, 개인적 혹은 문화적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현대인은 물리적 세계를 객관적 사실로 여기면서도(예를 들어, 물이 H₂O라는 사실은 상대적이지 않다), 도덕은 주관적인 의견 문제로 본다.

만약 우리가 현대의 세속적 세계관을 받아들인다면, 이러한 믿음은 자연스럽다. 도덕적 문제에 대한 최고 권위가 개인이나 집단의 의견이라면, 도덕적 판단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만약 자연주의적 세계관이 참이라면, 즉 존재하는 모든 것이 물질과 에너지이고, 자연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면, 선과 악이라는 개념은 환상에 불과하다. 결국, 어떠한 물질도 ‘선하다’거나 ‘악하다’는 성질을 갖고 있지 않으며, 선한 원자나 악한 분자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선과 악 자체가 실재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관점에서도 선과 악에 대한 개념을 가질 수는 있지만, 그것은 유니콘이나 요정에 대한 개념과 다를 바가 없다. 즉,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지적받았을 때, 많은 비신자들은 흔히 다음과 같이 반응한다. “나는 종교가 없어도 옳고 그름을 알 수 있다.” “무신론자 중에도 착한 사람이 많다.” “기독교인들도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이 모든 말이 사실일 수 있지만, 여기서 핵심은 ‘객관적인’ 도덕적 가치와 의무가 존재하는가 하는 점이다. ‘객관적’이라는 말은, 어떤 사람이나 집단이 무엇을 믿든 상관없이 존재하거나 참인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고대의 모든 사람이 인신공양이 바람직하고 필수적인 관행이라고 믿었다고 해도, 그것이 ‘객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객관적인 도덕적 기준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여전히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객관적 기준이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합리적 후보는 ‘하나님’이다. 하나님의 본성 자체가 선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자연주의적 세계관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도덕과 어떤 논리적 결론을 낳는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몇몇 대표적인 자연주의 사상가들은 도덕과 자연주의가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실제 삶에서 무법자가 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깊은 도덕적 직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그 직관이 현실과 무관하다는 신념을 가져야 하는 인지 부조화를 겪어야 했다(물론 대부분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생물학자이자 무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책 『에덴의 강(River Out of Eden)』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관찰하는 우주는, 만약 근본적으로 어떠한 설계도, 목적도, 선도 악도 없이, 오직 맹목적이고 무자비한 무관심만 존재한다면, 우리가 기대할 만한 속성을 정확히 지니고 있다.” 도킨스는 자연주의적 세계에서 선과 악이 설 자리가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무신론자인 장 폴 사르트르는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관념의 세계에서 가치를 발견할 모든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고립된다. 그는 자기 안에서도, 자기 바깥에서도 붙잡을 만한 어떠한 것도 찾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무신론 철학자 조엘 마크스(Joel Marks)는 처음에는 객관적 도덕을 믿었지만, 결국 그 입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충격적인 깨달음”을 경험했으며, 그것은 “종교 근본주의자들이 옳았다는 것, 즉 하나님이 없다면 도덕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무신론은 도덕 없음(amorality)을 의미한다. 그리고 나는 무신론자이므로, 필연적으로 도덕 없음(amorality)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또 다른 무신론 철학자인 줄리언 바기니(Julian Baggini)도 이렇게 고백했다. “무신론적 우주에서는 언제든 도덕을 거부할 수 있다. 외부의 제재가 없으며, 그 도덕이 실제한다고 확신할 만한 명확하고 강력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어떤 순간에는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다.”

미국 코넬 대학교 생물학 교수였던 윌리엄 프로바인(William Provine)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기독교인과의 토론 중 이렇게 말했다. “어떠한 신도 없고, 목적도 없으며, 어떠한 목표 지향적 힘도 존재하지 않는다... 윤리에 대한 궁극적인 토대도, 삶의 궁극적인 의미도, 인간의 자유 의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세속적 현대인들이 이를 직면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왜냐하면, 자연주의의 논리적 결론은 실로 끔찍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든 객관적인 의미, 가치, 목적, 도덕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자연주의는 참이 아니다. 그리고 옳고 그름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본래부터 선한 본성이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Imago Dei)대로 지음 받았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깊은 도덕적 직관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많은 비신자들이 기본적으로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동시에 자신들이 옳고 그름의 토대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창세기 1:26-27; 로마서 1:32; 2:14-15).

하지만, 에덴에서의 타락 이후 우리의 도덕적 직관은 죄로 인해 왜곡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신 도덕적 지침, 즉 성경을 필요로 한다. 성경 속 하나님의 명령은 우리가 따라야 할 도덕적 의무이자 책임이며, 하나님의 선하신 본성을 반영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확고한 토대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