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회복과혁신포럼(상임대표 길원평)은 18일 오전 고려대 의과대학 유광사홀에서 '서구문명과 한국사회'라는 제목으로 학술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기조강연자로 함재봉 교수(한국학술연구원 원장)와 아디나 포타루 변호사(Dr. Adina Portaru, ADF International)가 나섰다.
먼저 함 교수는 '기독교와 한국 사람 만들기'라는 주제로 전한 강연에서 "조선 사람의 정체성은 1910년 국권 피탈 이전부터 이미 소멸됐었다. 조선이 멸망할 당시 자결한 민영환, 황현을 제외하면 조선을 슬퍼하는 사람은 없었다. 1919년 3.1운동은 조선의 국권 회복 운동도 아니"라고 했다.
그는 "조선 후기 시대는 극심한 굶주림과 탐관오리들의 횡포와 착취 그리고 부정부패로 민중들의 고통은 날로 가중이 됐었다. 다산 정약용이 1802년에 쓴 '애절양'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며 "이는 당시 조선 당정의 민중을 향한 불합리한 '군포' 징수로 인해 억울함을 토로하고자 스스로 성기를 자른 남성의 이야기를 슬퍼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한말 영국 여성작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자신의 책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에서 조선을 방문했을 당시 희망이 없어 음주 가무와 도둑질이 횡행했던 조선 민중들의 모습을 기록했다"며 "특히 당시엔 지금의 이슬람 국가에서 행해지는 여성에 대한 명예살인도 종종 발생했다"고 했다.
아울러 "그러던 중 개신교 선교가 시작되면서 학교와 병원 등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개신교의 전파는 조선 사회에 고착된 봉건사회를 자유민주주의 사회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며 "첫째, 신분제의 극복이다. 일례로 백정 박성춘은 1894년 아들이 장티푸스에 걸려 사경을 헤매었다가 무어 선교사의 소개로 황제 시의를 담당하던 에비슨 의료 선교사의 도움을 받고 살아남아 개신교로 개종했다. 박성춘은 백정이라는 이유로 양반 출신 신자들로부터 차별을 받아 따로 예배를 드렸다가 이후 승동교회에서 극적으로 함께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승동교회는 1893년 무어 선교사가 곤당골예배당에서 시작한 교회였다. 천민들을 대상으로 전도하여 '백정교회'로 불린 이 교회는 1895년 양반 출신 신자들이 이탈했으나 1899년 다시 합쳐졌다. 박성춘은 백정 차별 철폐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해 정부의 재확인을 받아냈고, 관민공동회에서 연설하여 신분제 폐지를 골자로 한 '헌의 6조' 채택에 기여했다.
함 교수는 "둘째, 남녀 차별의 극복이다. 동대문교회에서 남녀가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남녀 차별이 극복되기 시작했다"며 "셋째, 조선 최초의 선거제도는 1887년 10월 새문안교회에서 칼뱅주의에 따라 바텀-업 방식으로 시행된 장로 선출투표였다"고 했다.
그는 "넷째, 한글의 보급이다. 배재학당은 산하 삼문출판사를 통해 주시경 등 학생 5명을 고용하고 1889년 성경과 천로역정을 한글로 번역된 책을 출판했다"며 "조선의 개신교 신자들은 성경을 읽기 위해 한글을 읽었다. 이를 통해 한글의 보급이 시작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 사회의 봉건주의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한 획기적 계기는 기독교의 전파였다. 기독교는 조선 사회를 아래에서부터 위로의 개혁을 이끈 혁명이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아디나 포르타루 변호사는 'Marriage and family in European law and jurisprudence'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유럽인권협약은 12조(결혼할 권리)에서 결혼이 가능한 남녀는 가족을 형성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했다. 이 조항은 남녀 성별에 기초해 결혼할 권리를 규정했고, 동성 간 혼인의 권리를 적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현재까지도 유럽인권재판소는 동성혼 권리 부여를 각국의 법률 재량에 맡겼고,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즉 이것은 동성혼 도입 의무가 아니며 이를 토대로 인권 단체들의 동성혼 도입 의무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앞서 축사에서 김일수 고려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탄핵 정국을 맞아 국론 분열과 헌재의 불공정성이 법치주의의 붕괴에 따른 사법부 불신을 키우고 있다"며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가치 붕괴의 위기 가운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삶은 질박할지라도 생각은 고상한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1분과 '동성결합, 동성결혼의 문제점', 2분과 '자유세계와 대한민국', 3분과 '뇌과학 연구 동향의 문제점'을 주제로 분과별 발표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