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기독일보) 훼드럴웨이제일장로교회 이민규 목사
(Photo : 기독일보) 훼드럴웨이제일장로교회 이민규 목사

얼마 만에 보는 햇빛인가요?추운 한기와 주르륵 내리는 빛줄기로 목양실의 창문과 블라인드를 닫고 지냈던 날들이 꽤 길었는데요, 오늘 오랜만에 따뜻한 온기와 햇빛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블라인드를 돌리고, 창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밀려드는 상쾌한 공기가 제 가슴 깊이 청량함을 전해줍니다.

마침, 한 성도님이 땀 흘리며 교회 화단을 정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직 겨울인데 씨앗을 심는 것 같아서 물어보았더니, 겨울철에 씨를 심어야 좋은 식물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어떤 식물들은 '한랭증 처리(Cold Stratification)'라는 것이 필요하다는데요, 씨앗이 발아하기 전에 일정 기간 저온(냉온)과 습한 환경을 경험하도록 하는 과정을 의미한답니다.

이 과정은 자연적으로 겨울을 경험하는 식물들이 봄이 되었을 때 정상적으로 발아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생리적 반응인데요, 씨앗이 성숙 시기에 자연적으로 휴면 상태에 들어가는데, 한랭증 처리를 통해 휴면이 깨지면서 봄이 되면 안정적인 발아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 많은 다년생 식물, 야생화, 나무, 허브 종자 등이 이 과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라벤더 꽃도 겨울철에 씨를 심어야 한다고 하네요.

워싱턴의 겨울을 어떤 사람은 춥고 비가 와서 우울하다고만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워싱턴의 겨울은 우리 마음의 '한랭증 처리' 기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찬 바람이 잠자는 우리 마음의 휴면을 깨우며, 다가오는 마음의 봄을 준비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신앙에도 차가운 겨울이 올 수 있지만, 슬퍼할 일만은 아닙니다. 차디찬 내 영혼에 불어오는 한랭 기운이 내게 다가올 봄을 준비하게 하는 영혼의 한랭증 처리 기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해가 점점 더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봄이 오는 그림자가 보입니다. 다음 주에 또 추워진다고는 하지만, 비 오는 횟수가 점점 줄어가며 봄의 소식을 더해 올 것입니다. 영혼의 겨울에 우리도 내 마음에 향기 나는 보랏빛 라벤더 꽃 한 송이 씨앗을 심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말씀은 생명 있는 씨앗과 같아서 내 안에 심기면 반드시 열매를 맺으니까 말이지요.

오늘도 영감된 66권의 말씀을 폅니다. 그리고 내게 주시는 그 음성에 귀를 기울입니다. 차가운 겨울 햇살 속에서 따뜻한 봄의 온도가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