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문 목사 (달라스 생명샘교회)
안광문 박사와 함께 하는 신학산책

즐겁게 떠나는 에베소서 일주 여행

 

            - 8회: 에베소서의 독자 1

            지난 호에서는 에베소서를 기록한 장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호와 다음 호 두 번에 걸쳐서 "그렇다면 에베소서는 누구에게 썼는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에베소서는 누구에게 썼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서는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뜻으로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가 된 나 바울이, [에베소에 사는],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성도들에게, 이 편지를 씁니다." (엡 1:1) 바울은 편지 맨 앞부분에 수신자가 누구인지 이렇게 명확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잘 보면, "에베소에 사는"이라는 말에 대괄호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여기에 대괄호가 붙어 있는 것일까요?

Bruce M. Metzger라는 성경 사본 학자에 따르면 "에베소에 사는"이라는 부분이 대부분 성경 사본에는 있지만 P46, א*, B* 등 성경 사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에베소서의 원본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에베소에 사는"이라는 말이 원래부터 있었는지 아니면 원래 없었지만 나중에 필사 과정에서 삽입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P46이라는 성경 사본은 모든 바울 서신들이 거의 온전하게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성경 사본이라는 점입니다. 가장 오래된 성경 사본에 그 부분이 없다는 것은 원래 원본에도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P46 이후의 다른 많은 사본에는 그 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니 그 부분을 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대로 둘 수도 없고 그래서 대괄호를 사용한 것입니다.

            Tertullian이라는 AD 2세기 후반의 신학자는 Marsion이 P46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서 "에베소에 사는"이라는 자리에 "라오디아에게"라는 말을 넣었다고 비난하였습니다. 또한 비슷한 시기 신학자인 Origen 역시 " 사는" 대신 "존재하고 있는 성도들에게"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을 보면 "에베소에 사는"이라는 부분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다양한 지역의 고대 교부들은 "에베소에 사는"이라는 부분을 생략하지 않은 성경 사본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에베소서가 기록되고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그리고 광범위한 곳에서 에베소서는 에베소 성도들을 위해 기록된 서신서였다고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면 P46 성경 사본이 기록된 이후에 "에베소에 사는"이라는 말은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Thielman이라는 분은 바울이 에베소서를 원래 회람용 서신으로 썼기 때문에 지역명을 기록할 수 있도록 "에베소에 사는"이라는 부분을 공란으로 뒀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P46이나 AD 4세기 기록된 대문자 성경 사본에는 이 부분에 공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Thielman의 주장이 맞는다면, 공란을 둔 성경 사본이나 또는 실수로 공란을 없애고 필사한 성경 사본, 공란에다가 지역 이름을 쓴 성경 사본이 하나라도 남아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직 그런 사본은 단 하나도 발견되고 있지 않습니다.   

            Thomas B. Slater라는 분은 문법적으로 볼 때 이 문장은 원래 "에베소에 사는"이라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에베소에 사는"이라는 말이 빠진 성경 사본은 P46과 AD 4-5세기에 기록된 대문자 성경 사본인 Codex Sinaiticus와 Codex Vaticanus뿐입니다. 나머지 대문자 사본들과 절대다수의 소문자 사본들은 모두 "에베소에 사는"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P46과 Codex Sinaiticus와 Codex Vaticanus에 그 말이 빠져 있는 것은 그 당시 이 편지가 여러 교회에 회람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P46 등에 에베소라는 장소가 없다고 해서 바울이 처음부터 수신자 없이 회람 서신으로 썼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P46이 기록된 시기가 아무리 빨라도 역시 원본과는 150년 정도의 시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원래 바울이 에베소서를 기록할 때는 에베소라는 말을 넣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P46이 필사되었을 2세기 중반에서 후반에는 이미 오랫동안 많은 교회에 에베소서가 회람되었을 것입니다. 그 후 AD 4-5세기에 기록된 Codex Sinaiticus와 Codex Vaticanus에는 그 부분이 없지만 또 다른 많은 성경 사본들에 그 부분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원래 원본에는 그 부분이 있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만약에 처음부터 그 부분이 없었다면 이미 오랫동안 회람된 다음에 다시 "에베소에 사는"이라는 부분을 추가로 넣었을 가능성은 매우 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 있었던 것을 후대에 삭제했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달라스 생명샘 교회 안광문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