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4일로 모두 종결된 가운데 교계 지도자들은 4일 발표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대해 대체로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당초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 전 밝혔던 ‘납북자 귀환’ 문제와 한반도 평화의 전초인 ‘북핵 폐기’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표했다.

최성규 목사(순복음인천교회)는 이번 공동선언에 대해 “북핵이 빠지고 인권이 빠졌다”며 “노 대통령이 수고는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주고 온 것은 많고 얻은 것이 적은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최 목사는 “결론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노 대통령에게 국가원수 대우를 안했다고 본다”며 “서해안 NLL 경계선 문제 등 이번 선언으로 국민의 책임이 더욱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전 “평화는 정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북한인권과 대량살상무기 문제의 해결을 촉구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이번 회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최희범 총무는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주제가 평화선언인데 한반도에서의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핵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라며 “북핵 폐기가 명시되지 않은 선언문은 진정한 평화를 선언하기에 미흡하다”고 강조했다.

최 총무는 NLL 경계선에 대해서도 “영토의 문제는 국민정서를 충분히 검토하고 다뤄야 할 민감한 문제”라며 “이렇게 앞서 나간 부분에 대해서는 11월 국방장관 회의에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철도 보수 등 북한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이 선언에 명시된 데 대해서도 “이번 방북은 초석을 두고 오는 데 의의를 둬야 함에도 임기 4개월을 남기고 구체적으로 대북지원 사항을 합의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는 “6.15 공동선언 이후 서해교전을 일으키고 핵을 개발한 북한의 진정성을 국민들은 알고 싶어할 것”이라며 “한반도의 평화가 정상회담의 주제였으나, 현재 북한에서 신앙을 이유로 처형당하는 이들이 있는 상황에서 선언문이 과연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이 목사는 “정권 말기에 이뤄진 정상회담의 후속 책임은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며 “이번 선언은 북한을 실질적으로 개혁개방으로 이끌어 내기에는 미흡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예장 합동 총무 이치우 목사는 “남북의 정치지도자들이 만나서 평화의 기준이 되는 ‘북핵’에 대한 언급이 부족한 것은 매우 아쉽다”며 “그러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남북관계의 발전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공동선언이 적절한 수준에서 발표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김명혁 목사(강변교회)는 “내용이 선언적인 것보다는 실무적이고 구체적인 것이 만족스럽다”며 “노 대통령과 측근들의 수고에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물론 납북자 문제가 언급되지 않는 등의 미흡한 점이 있지만 대체로 만족스럽다”며 “공동선언이 조속히 실천돼 민족의 화해 통일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김 목사는 “한국 안에서 너무 부정적인 자세를 지양하고 조금 미흡하다해도 앞으로 더 구체적으로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격려하고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며 “민족의 화해와 통일은 지상 과제이기에 정치권도 교계도 진보와 보수를 막론해서 겸허한 마음으로 뜻을 같이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가발전기독연구원 사무총장 박영률 목사는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풀어가야 할 문제이기에 선언에서 거론되지 않은 것은 이해를 한다”며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목록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북한을 국제사회로 나오게 하기 위해 각국이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도 외교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이번 공동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